얼마 전, 20년 전에도 얼추 이십대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십대에 되돌아본 20년 전은 알록달록 서툰 그림일기 같았다.
지금은 20년 전의 일기가 제법 여물어있다.
앞쪽으로 많은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묵은 각인도 많아졌다.
하지만 오늘, 또 싱싱한 여러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마 다음 주쯤 되면 하나하나 다 생각나지 않을 거다.
그중 몇 개만 하루라는 유한한 시간 속에 저장되겠지.
기억 못 하는 기억들은 아무렇게나 둥둥 떠다니다가
잊히거나, 문득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새기고 또 미처 새기지 못한 일들을 섞으며
인생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있다.
이 나이테가 두꺼워질수록 내 알맹이도 단단하고 도톰해지길 바란다.
부디 해피 엔딩이길 바라며.
오늘도 느슨하지만 명확하게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