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의로 채워진 공간, 작지만 풍요로운 곳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귀족층에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지만,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습니다. 그들의 향을 쫓아 단속하기 위해 '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역할의 의미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향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지 찬찬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글이 향을 쫓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커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ㅣ한 번의 이동으로 지금 이 자리에 머물고 계시죠. 전 매장도 5년 정도 운영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을까요?
소희) 인스타가 활발한 시기였고, 새로운 카페들이 한참 생겨날 때쯤이었어요. 보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는데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혼자 하기엔 겁도 나는 상황이었고요.(웃음) 남을 찾기보다 동생도 같은 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경) 마침 제가 일을 쉴 때였어요. 처음엔 도와주자는 식이었는데,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기도 했고, 일손도 부족했고요.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흐름을 잘 탔던 것 같아요.
ㅣ저도 남동생이 있지만, 남매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트러블이 발생할 땐 어떻게 하나요?
하경) 다들 그 이야기를 해요.(웃음)
소희) 상상이 현실일 뿐이에요. 그냥 하는 거죠 뭐.(웃음) 아닌 날도 있지만, 트러블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님을 상대하는 입장으로서 내비칠 순 없잖아요. 회사랑 똑같아요.
ㅣ각자 다른 곳에서 같은 업을 하고 계셨다는 게 신기해요. 디자인이 돋보여서 두분 중 한 분은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계실거라 생각했거든요. 처음이 심플했다면 지금은 캐릭터화 되기도 했고, 전에는 의류, 어에팟 등 범위도 넓었으니까요.
소희) 업으로 삼은 적은 없고요. 저희가 브랜딩 없이 시작 했고, 후에 만들려고 하니 고민이 많았어요. 각인이 될 만한 요소를 찾다 보니 디자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눈에 띄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색채감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굿즈도 좋은 질로 저렴하게 풀어내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지금은 음료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디자인은 계속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예요.
ㅣ첫 공간이 넓으셨잖아요. 다양함을 풀기에 더 작합한 장소가 아니었을까요? 축소된 공간의 이유가 궁금해요.
하경) 이곳은 처음부터 로스팅 실로 쓰이던 공간이었고, 전 매장은 5년을 넘게 운영하면서 저희가 하기에 벅참이 있었어요. 직원을 고용하거나, 무리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예 멈추면 멈췄지 하루 닫고, 또 며칠을 닫는 것 자체가 힘들더라고요.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해 보는 게 우리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첫 매장에서의 아쉬웠던 부분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이곳에서 제대로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금전적인 부분이나 여러 상황상 마음처럼 되지는 않더라고요.
ㅣ다른 공간을 제외하고, 로스팅실을 카페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소희) 이곳을 작게 유지하면서, 매장 하나를 더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가 자영업자의 불경기 때였어요. 2호점을 내다가 접는 분들을 보면서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ㅣ공간이 넓다고 이익이 많은 아니지만, 공간이 컸을 때의 매출과 규모가 축소됐을 때의 매출이 다르다 보면 괴리감도 생기지 않았을까 해요. 더 넓은 공간에 대한 갈망은 없으신가요.
하경) 넓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제가 그 공간에 상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직원분들이 함께 하면 모를까.
소희) 우리가 투입해서 당장 무언가를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고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ㅣ첫 공간의 인테리어는 손님이 주신 그림과 엽서들로 완성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분들이 아무 이유 없이 행동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 돼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건 비스킷 플로어만의 호스피탈리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하경) 동네 카페였기 때문에 그만의 정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커피가 괜찮으신지, 드시던 음료를 안 드시면 여쭤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일상 대화처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고요.
ㅣ관심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요즘은 공간을 누리는 것보다 함께 동화도기리 원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소속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첫 번째 공간은 사람들의 손길이었다면 지금은 어떥 곳에 중점을 두셨을까요.
소희) 공간이 워낙 작아서 어떻게 보면 일본의 작은 카페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인테리어가 나오기도 했고요. 공간과 내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고요. 첫 공간의 카페는 공간과 음료를 하나로 소통하는 공간이길 바라면서도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곳은 소수의 인워으로 우리와 편안하게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ㅣ작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하는 일들이 크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시기에는 책과 드립백을 맞바꾸고, 지금은 금요일마다 봉쇼북쇼를 진행하시잖아요.
소희) 동생도 저도 한가할 땐 책을 봐요.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땐 갑자기 멈춰야만 했던 시기였잖아요. 커피는 쌓이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모든 걸 엮었던 것 같아요. 춥고, 움직일 수 없고, 우리가 잊힐 것까진 아니지만, 문방구처럼 들락날락할 수 있응 행동을 취해야 했어요. 환기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순간 보이는 것들을 엮어 바로 진행했던 것 같아요.
ㅣ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책이 100권 이상 모였잖아요.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봉쇼북쇼는 이제 끝날 무렵인가요?
소희) 맞아요. 해가 빨리 지지 않아 원하는 분위기가 나지 않아요.(웃음) 여름이 끝날 때쯤 다시 시작할 거예요. 꾸준히 하기를 원해요. 저희는 책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데 이 수단으로 사람이 모이고, 조금이나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 시간은 이 사람들과 나와 좋아하는 매개체로 묶여있다는 느낌이 되게 크거든요. 설레이고요.
ㅣ그게 이유지 않을까요? 일주일에 한 번, 카페라는 공간에서 지정된 시간에 커피가 아닌 알코올만 주문되며, 책을 읽는 모임, 저도 선선해지는 날 도전해 보려고 해요.(웃음) 비스킷 플로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생각하시나요.
소희) 매장 하나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평범한 매장이 아니라 기획적 콘텐츠가 있는 매장이었으면 좋겠어요. 커피스니퍼도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으시잖아요. 직원분들이 함께 하듯이, 우선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싶어요. 그분들과 꼭 커피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에요.
ㅣ콘텐츠가 굉장히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공간이 생긴다면 또 찾아뵙겠습니다.(웃음)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겠어요. 다독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인상 깊거나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희) '불안의 변이'라는 책이에요. 나이 드신 할머니이신데, 30대부터 60대까지 쓰신 작품을 하나로 엮은 두꺼운책이에요. 장르가 없어서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에요. 그래서 커다란 도서에서도 이 사람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이 사람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아껴서 보는 중입니다.
글 조정희 ㅣ 사진 조세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