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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Dec 26. 2023

텍스트 커피 : TXT coffee

간단하게, 명료하게, 정확하게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1인 로스터리를 운영하고 계시죠. 전에도 바리스타 업에 종사하셨을까요?

다른 매장에서 2년 정도 근무했어요. 전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요. 커피는 직장인 시절부터 오랫동안 취미로 즐겼습니다. 취미로 즐기는 사람 중에서도 하드코어에 속한편이었고,(웃음) 30대 초반쯤 이때 아니면 직업을 바꿀 기회가 없겠다 싶어서 변경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직종을 변경하신 거군요. 근무하셨던 곳에서 텍스트까지 미친 영향이 있으셨을까요?

로스터기 카페이긴 했지만, 옛날식 핸드 드립, 로스팅을 추구하는 곳이었어요. 도제식 교육이었기 때문에 어깨 넘어 보고 배워야 했고, 지금 제가 하는 커피와는 결이 아주 다르죠. 커피보다는 손님들 대하는 방법이나 사업장을 운영하는 마인드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꿈을 꾸는데 나이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쉽진 않지만(웃음), 그럼에도 커피를 선택하셨죠. 어떤 매력이었을까요? 

본인이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재미가 있어야만 유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성격상 싫증을 많이 내고 게을러요.(웃음) 그런 면에서 그때 당시 커피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고요. 프로세싱이 개발되면서 커피는 지속적으로 품종이 개량되고 있었기 대문에 공부 거리가 쏟아졌어요. 그런 매력이 컸던 것 같아요. 한 해지나면 새로움의 연속이었으니까 지겨울 틈이 없었죠. 


카페를 시작할 때 말리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커피를 하겠다고 했을 댄 걱정들이 크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없어서 시작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죠.(웃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도 아니었고, 교통이 편한 것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상권은 아니었어요. 음식점도 없고, 카페 거리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하셨죠.

굳이 외진 곳에서 시작한다는 게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도 같은 이유였을까요? 2년 치 영업 자금을 만들어 두시고 꾸린 공간이라 말씀하셨으니까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의 불안감이 있진 않았어요. 목적 의식이 명확했고, TXT에서 제공하는 음료나 서비스는 언젠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생각했거든요.(웃음) 대신 걸리는 시간이 지역적 위치나 상권 상으로 빠르게 퍼질 것 같진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만 제 신념이나 목적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것 같아요.


확신이 강하게 있으셨네요!

네,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감이 넘쳤었고, 있을 때였죠.(웃음)


그 부분이 원동력이지 않았을까요?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셨다고 해야 할까요. 인테리어도 연관이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맛을 원하신다는 의견을 제시하시기도 하고요. 

그쵸. 그분들에게 전치적인 구상을 말씀드릴 때 최대한 금속 사용을 안 하고, 나무와 돌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요청 드렸어요.TXT 주변이 모두 한옥이고, 숲이 크게 있다 보니 하얀 벽에 스테인리스가 있으면 공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질거라 생각했거든요.  디테일은 많이 들어가되 세련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원래 있었던 공간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를 바랬죠. 


매장을 검색하고 들어올 때까지 저희 브랜드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검색 후 지도에 나오는 이미지들이 창덕궁 숲과 북촌 한옥 마을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에 연결성 또한 강조하고 싶었고요. 

굿즈 또한 연필, 메모지로 소재의 연결성이 되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그 도구로 주문서를 작성한다는 거죠. 재미의 요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1인이 운영하다 보니 효율성을 위해 선택한 방식일까요?

맞아요. 멀리서 오신 분들에게 좋은 커피를 내어드리는 것도 맞지만, 주문하는 순간 혹은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실 때도 특별한 경험을 드릴 순 없을까 생각하다가 주문서 양식을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일을 하는 곳이다 보니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했고요. 러쉬 타임 같은 경우엔 손님이 계속 오시니까 제가 한곳에 머물 경우 동선도, 시간도 나오지 않아 주문 방식을 안내해 드리고 그사이 다른 일을 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직원을 고용하거나 마음 맞는 동료와 동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셨을 것 같아요.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건 혼자 해도 버겁진 않아요. 커피가 나오는 속도는 정해져 있고, 운영 자체적으로는 괜찮지만, 외부 활동을 하거나 다른 사업적인 부분을 일으키려고 할 때 제한이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 그래서 요즘 한 분 정도 채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여러 업체에서 콜라보 제한도 많이 들어오고, 행사 참여 제한도 많이 오는데 혼자서 모두 해결해야 하니까 어렵거든요.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도 굿즈도 조금씩 생산 중이시잖아요. 다양한 굿즈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계획만 있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디자인도 해야 하고, 스티커, 각종 카드들도 제작해야 하고 세무 회계까지 맡고 있어서 정신이 없습니다.(웃음)


꾸준히 올라오는 원두 글과 소개는 업체에 맡기시는 줄 알았어요. 퍼블릭 커핑도 진행하셨는데 어느 순간 끊기게 되었죠. 코로나의 여파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재개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간단한 툴은 다룰 줄 알아서 해내고 있지만, 디자인도 외주로 맡겨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커핑은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힘에 부치기도 했고 커핑을 하게 되면 단순히 커피만 놓고 마시는 게 아니라 이 농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어떤 식으로 유지하고, 생산하고 있는지 찾을 방법이 구글링밖에 없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일주일 정도 매진을 해야 오시는 분들께 전달할 수 있으니 체력 소모가 큰일이죠.


참가비가 5천 원이라면 누군든 나설 것 같아요. 저 또한 재개 한다면 참여하고 싶었으니까요!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 아닐까요?

퍼블릭 커핑을 하게되면 좋은 생두를 사용하는데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이 경험해보셨으면 했어요.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 분들도 편하게 오셔서 커피를 경험해 보고 가까워졌으면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죠.

너무 아까운 취지인 것 같아요. 저는 기다려 보겠습니다.(웃음) 예전에도 그랬고 머무는 동안 동네 분들이 브루잉 시키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커피값에 공간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말하잖아요. 이곳은 테이크아웃도 많고요.

동네 토박이분들은 대부분 고령이어서 이용이 많지는 않으시고요. 주로 주변에서 샵을 운영하시는 분들, 그곳에 놀러 오시는 분 중 단골분이 있으세요. 근처 대기업, 오피스에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테이블이 없고, 행정 등록상 테이크 아웃 컵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음료 가격을 너무 높지 않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최상급 및 고가의 생두를 오픈 때부터 꾸준히 취급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음료 가격은 저렴한 편이에요. 국내 로스터리 중 손에 꼽을 정도라 생각하고요. 다른 카페에 가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아시거나, 옥션에서 낙찰받은 커피 같은 경우에는 이곳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손님분들도 기꺼이 지불하시는 것 같아요. 아메리카노가 없어서 브루잉을 즐기시는 것도 없지 않아 있으시고요.(웃음) 이제 만으로 6년 정도 되다 보니 대부분 알고 오셔서, 찾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웃음)


머신이 있는데도 아메키라노를 제외하고, 라떼만 취급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래는 머신도 없이 브루잉 바를 하려고 했지만, 오피스 상권 점심 러쉬가 있는 곳이다 보니, 그분들의 수요에 카푸치노는 있을거로 생각했어요.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웃음)

이 부분과 간단, 명료, 정확을 추구하는 의미와 연관성이 있을까요?

제가 커피 업계에 뛰어들면서 공부를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세상에 정보가 너무 많잖아요. 어떤 게 진짜고 거짓인지, 직접 연구하거나 그들과 대화 하지 않는 이상 판별이 불가능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손님들에게 간단하되 정확하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텍스트의 모든 것에 녹이게 되었어요. 레시피 같은 경우 원두 마다 분쇄도를 조절하지 않아요. 원두 양과 추출 양 모두 같습니다. 커피가 바뀌었다고 하나하나 바꾸다 보면 설명은 많아지는데 실제로 체험하는 변화는 굉장히 느끼기 힘들거든요. 


텍스트가 추구하는 맛은 어떤 뉘앙스인가요.

커피가 가진 고유의 개성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드실 수 있도록 로스팅하고 있어요. 커피가 가진 개성들이 좋기는 하지만,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미디움 로스팅 방식을 추구합니다. 유행에 따라가기보다 매일 매일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커피를 선호해요.


커피 외로 매장 운영을 하며 이 부분만큼은 '지속시키자'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쪽일까요.

특정 상황보다 태도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해요.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카페가 한결같다는 소리를 꾸준히 들으려면 사실 한결같으면 안 되잖아요. 계속 발전하고 있어야 손님들이 그곳은 한결같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잘하는 업체는 많아지고, 나는 늘 제자리에 한결같이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고요. 최대한 꾸준히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텍스트 커피의 공간, 어떻게 즐기면 배가 될까요.

언덕보다는 될 수 있으면 안국역에서부터 평지로 걸어오시는 걸 손님들에게 추천해 드려요. 특히 날씨가 좋을 때 숲이나 소품샵들을 보며 주변을 많이 보셨으면 해요. 이 공간에 들어설 땐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르고, 어떻게 내리는지 천천히 보시면서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모든 소리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세라믹이나 유리로 된 기물들을 준비했어요. 이 소리와 함께 밖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매장 밖의 종소리, 그라인더 소리의 부딪힘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공간을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다 어울렸으면 하시는 거네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앞으로의 방향성도 안주는 아니실 테고요, 앞으로 텍스트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일단 사람 한 명은 더 있어야 생각했던 계획들을 실행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물론 사람이 없더라도 안주는 아니죠. 매장을 확장할 생각은 없어요. 손님을 대면하는 자리는 이 자리에서 이 크기로 계속할 생각이고요, 추후에 인력이 보충되고 여건이 된다면, 필터 커피만 납품하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에스프레소도 싱글 오리진으로 납품하고 싶어요. 각종 행사도 적극 참여해 보고 싶고요. 될 수 있으면 많은 분께 필터 커피를 넓은 범위 내에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글 조정희 ㅣ사진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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