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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Apr 01. 2024

써밋컬쳐 : summit.culture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ㅣ바리스타 업을 하시면서 '공간을 가져야겠다' 결심하셨을까요?

12년 정도 일을 해 온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매장을 목표로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서른 중반 정도가 넘어가게 되면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래하잖아요. 보통 여기서 갈래가 나눠지는 것 같더라고요. '더 탄탄하고 좋은 환경으로 갈 것인가. 창업을 준비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지인과 함께 도매 사업과 납품 사업을 추진중이였는데 서로 간의 뜻이 달라지면서 제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ㅣ바리스타 업으로만 계신 건 아니셨네요?네. 로스팅 업무와 도매 업무도 해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준비 과정을 알고 있었어요. 그 덕분에 공간을 꾸리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ㅣ다른 어려움이 있으셨을까요? 완성된 써밋컬쳐, 표출하고 싶은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요.(웃음) 추출하는 방법, 로스팅, 사용하는 장비는 비슷하잖아요. 다만 그 안에 어떠한 색을 입히고 브랜딩을 한 것인가에 따라서 그 커피가 특별하게 보이는 거죠. 스페셜티 커피는 전문적인 일이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직업이라는 것을 써밋컬쳐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브랜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나타낼 수 있게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고요.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웃음)


ㅣ신촌점에 이어 연남점도 운영 중이시죠. 2호점을 생각하신 이유 또한 같은 이유 때문일까요?

자리가 협소하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었죠. 오시는 분들이 조금 더 캐주얼한 공간에서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과 다양성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두 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써밋컬쳐는 납품 사업이 메인인 곳이에요. 1호점만 운영하면서 납품하는 경우와 양쪽을 운영하면서 납품하는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ㅣ어떤 면에서 다름이 있을까요?

신촌점으로 방문하실 땐 이곳에서 어떻게 납품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갖고 계세요.(웃음) 아무래도 작은 공간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외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브랜드가 잘되면 또 다른 매장을 보여드리는 것 또한 맞는 일이라 생각돼요.


출처 : 써밋 인스타그램


ㅣ파트너분들께는 신뢰가 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확장성이 보여주는 안정감 또한 믿음이니까요. 그럼에도 2호점. 부담감이 있으실 것 같아요. 베이커리 대표님도 따로 계시고요.

부담은 지금도 됩니다.(웃음) 보통의 대표님들 대부분, 2호점을 여실 땐 그동안 모아 두었던 자본을 다 쏟으시기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웃음) 그렇지만 투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처음엔 베이커리도 제가 만들었어요. 지금 소속이 된 베이커리 대표님께서 조금씩 도와주셨던 거고요. 커피와 빵의 조화가 좋을 때 정말 맛있잖아요. 알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베이커리 대표님이 2호점 준비를 하면서 함께 하기로해 주셨고요. 개인 브랜드를 접고 합류해 주셨으니 정말 감사하죠. 


ㅣ운영 중이시기 때문에 여쭈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매장의 확장성과 또 다른 공간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런 면은 생각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느낀 바로는, 보통 매장을 하나 준비해서 또 다른 매장을 하게 되면 1+1=2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금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운영 면에서도요. 저희가 처음 들었던 이야기는 '1호점과 2호점이 관통하는 공통점이 없다'는 말이었어요. 운영에 대해 간과한 부분도 있었고, 퀄리티 부분적으로도 굉장히 고민이 많은 순간이었죠. 몸은 하나이고 노동은 그 이상을 넘어서야 했으니까요.


ㅣ플러스 요인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 시군요. 운영 면에서 인력이 많아지고, 케어하는 부분도 만만치 않으셨을 것 같아요. 직원분들과 대표님께서 이것만큼은 지키자 하는 철칙이 있으실까요?

서비스는 너무 중요하고요. 커피 세팅이나 맛을 볼 때 타협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추구하는 맛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환경이나 장비를 바꿔서라도 원하는 맛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필터, 파츠, 그라인더도 바꿔 보기도 했고요. 특히 2호점은 수질이 달라서 반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어요.(웃음)



ㅣ써밋컬쳐는 보여지는 이미지처럼 커피 지식, 전문성이 뚜렷하게 느껴져요. 베이킹은 전문가에게, 대표님께서는 산지에 다녀오시기도 하고요.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잖아요. 직접 다녀옴으로 가장 많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산지를 꾸준히 가지는 못해요.(웃음) 다이렉트나 중간 업체를 끼거나, 지원을 받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대신 저 또한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큰 지출이 단점이지만(웃음) 한국에서 구매하는 생두보다는 조금 더 퀼리티가 높은 커피를 단독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농부 얼굴을 직접 보고 구매하다 보니 마음가짐도 다르더라고요.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다 보니 유대관계가 생기고 비지니스 관계이지만 친구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판매를 잘해야 내년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이 농부도 1년 동안 생산을 잘해야만 저를 만날 수 있고. 이런 부분이 선순환 구조인 것 같아요. 서로의 역할을 잘 해줘야 만날 수 있으니까요. 


ㅣ다양한 품종의 원두를 셀렉할 수 있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다른 곳과 차별화될 수 있고요.

납품받으시는 분들도 비슷한 품종보다는 새로움을 원하시고요. 다양성이 있다 보니 더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싱글 빈은 독특함을 보여드린다면 블랜드는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그 중 셰르파 블랜드가 마일드하고 매일 드실 수 있는 데일리다 보니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좋아요. 특히 블랜드 같은 경우 일정 맛을 유지하려고 프로파일을 여름, 겨울로 따로 잡아 놓고요. 블렌드 비율이 조금씩 바뀔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를 3곳 이상 컨택해놨어요.


ㅣ사용하고 있는 커피가 소진되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커피가 있기 때문에 맛의 변질적인 면에서 우려되는 상황이 현저히 적으시겠네요?

그럼요. 각 커피에 맞는 프로파일이 있으니까요.(웃음)


ㅣ대체된 원두의 맛이 변동 없게끔  또 다른 프로파일도 갖고 계신거네요? 납품받는 입장에서는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원두가 달라져도 안정적인 맛을 낼 수 있으니까요. 대표님께서는 로스팅하실 때 집중적으로 보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그쵸. 저 같은 경우 항상 그래프를 보면서 로스팅을 하는데 그 안에 들어오는지, 배기 상태를 많이 봐요. 배기도 겨울, 여름이 다르거든요. 기압차가 달라지면 같은 프로파일이어도 로스팅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바람이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감으로는 어려우니,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구비해서 체크를 하고 있어요.



ㅣ현재 핸들링하는 싱글 빈은 10종이라고 하셨는데, 로스팅실이 함께 있는 신촌점은 바리스타분들과 커핑을 한 뒤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또 하나 궁금증이 있었어요. 직접 로스팅을 하고 계시잖아요. 서비스업이 기계로 대체되는 지금, 로스터라는 직업도 대체 될 수 있을까요?

맞아요. 피드백도 빠르고 방향성도 잡을 수 있고요. 다음에는 로스터리 분리도 생각하고 있어요. 대체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요즘 같은 경우 특히 스트롱 홀드 로스터기나 다른 로스터기들에서 여러 가지 프로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와 있어요. 프로파일을 긁어와 돌리면 끝나는, 그런 세상이 왔거든요. 물론 편차는 있겠지만, 그렇게 몇 번 실행하다 보면 그 감이 커지겠죠. 대체는 되겠지만 아직 사람이 신경 써서 뭔가를 해내고, 보여주는 결과물이 더 훌륭하다 믿고 싶을 뿐이죠.(웃음)


ㅣ전차책이 생길 때 종이책이 없어진다고 했지만,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이 있듯이 사람이 있는 곳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도 돼요. 이 직군과 업에 관한 변화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다가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커피 산업 자체는 자동화되고 기계화될 수는 있겠지만, 스페셜티 커피 자체가 결국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와 사람인 것 같아요. 이번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느낀 건 비대면이라는 사회에서 살면서 재택을 하고 관계에 있어서 편리성을 느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은 현장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이에요. 보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 직군이 '인간의 본능과 가장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커피를 건네는 행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관계성이 중요시되잖아요.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매장이라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ㅣ아!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써밋컬쳐 피드를 보면 한 달에 한 번 바리스타분이 책 소개를 해주시고, 대표님께서 음악 리스트도 추천해 주시죠. 다양한 콘텐츠를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앞으로 콘텐츠팀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카페라는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보다 문화적인 공간이 되기를 바래요. 콘텐츠팀은 꿈입니다. (웃음) 지금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뵈었고요. 코로나 전에는 커핑이나 북토크도 했었는데 매장이 바빠지고, 외부 행사까지 있다 보니 진행을 못하고 있어요. 여유가 된다면 지속시키고 싶은 부분 중 하나라 꾸준히 유지하고 싶고요. 


ㅣ저도 추천 도서, 음악 참고 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각 매장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연남점은 베이킹하는 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신촌점보다는 캐주얼하고 눈으로 즐길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촌점 경우 아지트 같은 느낌이 있어요. 오시면 테스팅하는 커피도 권해드리고 있으니, 재미가 쏠쏠하실 거예요. 바리스타 분들과 커핑도 하지만 오시는 분들과 출시 예정인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재미도 크거든요! 오셔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셨으면 합니다.



ㅣ그 모습이 문화가 아닐지 싶어요. 마지막으로 무엇이든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어요.(웃음) '바리스타는 어떻게 일할까?' 메쉬 커피 사장님께서 출간하신 책인데요. 바리스타 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운영하시는 분, 바리스타 분들도 지금 이 공간의 수익 말고도 부가적인 수입도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테크처럼 거창한 것보다 부가적인 자기 계발을 하면서 나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일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꼭 커피와 관련된 일이 아니어도 좋고요. 뭐든지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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