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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Nov 13. 2023

COEO : 코에오

어른이들의 놀이터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귀족층에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지만,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습니다. 그들의 향을 쫓아 단속하기 위해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역할의 의미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향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지 찬찬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글이 향을 쫒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커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ㅣ커피를 좋아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지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죠. 코에오 전에도 커피 업에 종사하신 건가요?

꼬비) 저는 계속 커피를 했었어요. 리비) 사실 저는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했어요. 결국엔 궁극적으로 원했던 일은 베이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부분이었죠. 적성에 잘 맞기도 했고요!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있으니 계속 왔다 갔다 하다가 고민이 많았고, 그때 남자친구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꼬비) 호주에서는 커피를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코에오가 시작된 코에오의 모태는 제가 호주에서 느꼈던 카페 문화에요. 꼭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손님들과 스몰 토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코에오가 있는 것 같아요.

좌- 꼬비 . 우- 리비 대표님


ㅣ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사랑방이라는 애칭으로 이태원에서 굉장히 사랑받으셨죠. 저도 꼭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공간이었는데, 성수로 옮기게 된 이유가 있나요.

꼬비)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았어요. 그 당시 공간이 매우 협소했고,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 모습을 보는 저희가 힘들었어요. 일부러 방문해 주셨는데 매장 이용을 못 하고 되돌아가시는 분들이 80% 가까이 되었고요. 조금 더 큰 공간을 생각하게 되면서 내놓게 되었고, 너무 빨리 연락이 오게 된거죠. 로컬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단골분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이태원 근처를 알아봤지만, 원하는 매물도 없었고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이 맞지 않았어요.(웃음) 서울 전체를 알아봤고 그 중 성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위치나 공간, 해가 잘 들어온다는 부분에서 선택하게 되었죠. 리비) 이태원 매장처럼 한적하고 아늑하길 바랬어요.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부합된 공간이었고, 특히나 이태원 단골 손님들이 어디를 가도 우리가 가겠다는 말을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ㅣ'함께 하다'의 뜻처럼 이 공간에서는 그 의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하게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나요.

꼬비) 외관이 조금 차가운 편이에요. 시크하다, 트렌디한 카페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막상 들어오시면 따뜻한 느낌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태원은 구조상 저희랑 모든 손님이 소통할 수 있었다면, 이곳은 저희가 찾아가며 감사 인사를 드려요. 

리비) 긴 테이블을 배치한 것도 그 이유에요. 단골 손님들끼리도 알아보고, 바 자리와 가깝다 보니 다같이 이야기하는 구조가 되어서 처음 오신 분들도 처음엔 어색해하시지만, 이야기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더라고요.(웃음) 어쨌든 만에 하나 저희가 못 나가더라도 이 거리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니까요. 이 공간은 처음부터 인테리어를 구상할 때 지정된 자리였어요.


ㅣ둘러보면 인테리어, 소품 등 작은 부분까지 수작업이 많은 것 같아요.

꼬비) 손님들이 저희 공간에 오셔서 내어드리는 커피나 디저트를 드실 때 그 메뉴의 맛만 보는 게 아니라 커피 한잔이 나오는 과정들을 경험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원두 카드를 작성한다던지.

리비) 디저트 포장을 할 때도 천천히 매듭을 지어요. 앞에 있는 분을 위해 정성스럽게 행동하는 과정을 전해드리고 싶은 거죠. 

ㅣ이런 부분이 신기했어요. 어쨌든 매장은 바빠야 좋은 거잖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오고 가는 소통보다 빠름이 중요시되는 경우도 있고요. 한 사람을 위해서 디테일 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리비) 물론 오셔서 바쁘게 움직이시고 테이크아웃하는 분들에겐 저희도 그 템포에 맞춰드려요. 그런데 찾아오시는 분들은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소비하러 방문해 주시는 거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함에 따라 손님들이 여유 있게 즐기실 수도 있고요.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할 때 더 좋아하세요. 조금 더 예쁘게 해놓으면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희도 만족감을 얻고 그분의 하루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부분은 매장이 대규모로 커지지 않는 이상 이 정도는 계속 해내가자 말하고 있어요. 저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사람이니까요. 결국엔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고 사람이 필요로 한 공간이니까요.


ㅣ매주 금.토.일 '리비의 플레이리스트 5pm을 시작하셨죠. 이제는 낮부터 진행하시게 되었고요! 어떤 취지로 시작되었을까요.

꼬비) 코에오라는 공간이 카페로만 알려지고 싶진 않았어요. 코에오는 코에오다. 이곳을 단지 커피, 디저트를 먹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맞춰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주말 오후 시간은 모두가 신나는 시간이잖아요.(웃음) 그런 활발한 기분을 다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만들게 되었어요.


ㅣ맞아요! 그래서 손님들이 엘피를 가지고 오시면 틀어주시기도 하시죠.(웃음)

리비) 엘피판이 예쁘잖아요. 소장하고 계신 분들은 많은데 턴 테이블을 갖고 계신 분들은 많이 없으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매장에 턴 테이블만 놓으면 'LP day & LP night' 나누어 틀어드릴 수도 있고, 공간을 즐기실 수 있는 요소가 배가 되니까 즐겁잖아요!(웃음)

공간을 만들기 전부터 기획했던 터라 단골분들에게 얘기했더니 성수 오픈 할땐 엘피를 선물로 주고 가셨어요. 여기에 놓고 오시는 분들도 틀어드리고, 저도 오면 틀어주세요. 하시고요. 

꼬비) 스피커도 단골분께서 제작해 주신 거에요. 전공자도 아니고 취미로 깊게 하시는 분인데,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했을 때 '그럼 같이 만들어 볼까요'가 된 거에요. 저희도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것 보다는 우리의 공간을 더 좋아해 주고, 이해해 주는 분의 손길을 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만큼의 애착이 생기고요.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ㅣ지인 분들이 인테리어에 도움을 주셨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단골 손님이 인테리어에 참여 했다는 부분은 놀라운데요?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신기해요.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들을 더욱 활성화하려는 것 같아요. '코에오'도 그렇고요.

꼬비)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해요. 그중에서도 함께 무언가 했을 때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아니까 '함께'라는 단어는 떠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 분들이 생각이 나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추진해 보기도 하고요. 옆에 보이는 굿즈도 엄청난 의미보다는 우리가 어떤 친구들이고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가장 좋은 건 아이템이니까, 그래서 조금씩 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의류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또 다른 분들과 팝업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노출 이 되면 하나의 브랜드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들어요.


ㅣ확실히 '카페' 정의가 아니라 코에오만의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으신거네요? 주류를 판매하시는 것도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함일까요?

꼬비) 코에오는 살아있지 않은 인격체로 만들고 싶어요.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요. 4월부터 콜라보나 팝업 등 여러 가지를 기획하고 있고, 열려 있는 터라 다양한 곳에서 제안이나 문의도 많이 받고 있어요. 우리가 그렸던 코에오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한 단계씩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또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요. 주류 같은 경우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다른 이유보다 한강에서 가볍게 먹는 맥주 한잔을 이 안에서 소비하고 싶었어요. 꼭 술집이 아니어도 기분을 낼 수 있는 곳.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계속 노출 시키고 싶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의 노출로 이 친구들은 열려 있다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 모습을 보고 같은 업과 또 다른 일을 함께 할 수도 있으니까요.


ㅣ교류에 있어서의 아쉬움일까요?

리비) 대표적인 로스터리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은 많잖아요. 외적으로 저희처럼 작거나, 오랫동안 해오셨지만 단지 조용하게 하고 계신 분들 혹은 디저트를 하고 계신 분들과 모일 기회가 흔치 않을뿐더러 거의 없으니까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선뜻 내가 참여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물꼬를 틀만한 경로가 없어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ㅣ코에오도 그렇고 지금까지 인터뷰를 해왔던 분들의 결이 다 비슷하신 것 같아요. 같은 업의 사람들과의 소통, 협업, 콜라보 이야기를 꼭 하시거든요. 경쟁보단 항상 상생을 언급하시죠. 저도 그런 경로가 없는 부분이 아쉬워요. 

꼬비) 오!(웃음) 지금처럼 스니퍼에서 만들어 주시면 어때요? 저희는 꼭 참석하겠습니다.(웃음) 언급하신 것처럼 저는 로스터리 카페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해요. 로스터만의 취향과 의도, 색이 있잖아요. 생각하는 가치관은 비슷할 수 있지만 결국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가짓수가 늘어나는 일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즐기는 분들이 더 많아져야 우리도 상생할 수 있고요.


ㅣ사용하는 장비를 소개해 주세요.

꼬비) 사용 중인 머신은 미토스원, 라마르조꼬 리네아 클래식은 어떤 환경에서든 안정적이고 직관적인 추출을 위해 선택했고, 로스터기는 스트롱홀드 S7 pro 사용 중이에요. 편리한 로스팅 환경과 신뢰할 만한 재현성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로스팅하기에 최적화된 머신이죠. 그 전엔 이지스터를 사용했어요.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5개월을 버티다 바꾸게 되었는데 삶의 질이 달라짐을 느껴요.(웃음) 3인 이내의 사업장 이시라면 꼭 추천해 드립니다.

ㅣ코에오를 함께 운영한다는 것은?

리비) 그전에는 한참 과도기였어요. 뭔가를 계속 결정하는 일을 함께해야 했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마무리를 짓고, 진행해야 하는지 서로 잘 몰랐기 때문에 부딪힘이 있었어요. 전에는 조금씩 삐꺽도 거리면서 빨리 뛰었다면, 지금은 2인 3각 경주를 하는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합이 아주 잘 맞거든요.(웃음) 

꼬비) 가치관이나 코에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잘 맞고요. 둘이 여러가지 일을 많이 했어요. 그 전에 쇼핑몰도 했었고 지금의 코에오까지. 항상하는 말이지만,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거에요. 계속 도전할 수 있었죠.


ㅣ평소 어떤 분야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꼬비) 여행에서 많이 얻어요. 간다는 자체가 새로움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는 정말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진짜 여행처럼 편안하게 즐기다 보면 그곳에서 일적으로 또 다른 영감을 얻기도 해요.(웃음) 여행은 꼭 즐기기 위해 떠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놀라운 점은 모두 상생을 언급하신다는 거예요. 손님뿐 아니라 같은 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 눈맞춤, 감정의 표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문화가 펼쳐 질진 아무도 모르니까요. "코에오는 살아 있지 않은 인격체를 만들고 싶어요" 말씀하셨지만 코에오를 아는 사람들에겐 살아 있는 인격체가 아닌가 싶어요. 감정을 교류하고 함께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요.


글 조정희ㅣ사진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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