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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Nov 20. 2023

LOOKBACK : 룩백커피

공간이 주는 마음적 여유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귀족층에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지만,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습니다. 그들의 향을 쫓아 단속하기 위해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역할의 의미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향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지 찬찬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글이 향을 쫒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커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ㅣ1월에는 카페 투어로 방문했고, 몇 달 사이 인터뷰로 인사드리게 되었네요.(웃음)  잠깐의 대화였지만 감사했습니다. 그땐 두서없이 궁금했던 질문을 몇 가지 여쭈었지만, 오늘은 룩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 해요. 룩백의 시작부터요.

룩백) 혼자 오셔서 이야기 나누다 취지 내용만 소개해 주셨는데 규모가 커진 것 같아 축하드립니다.(웃음) 음, 시작하자면 저는 제가 학교에 다니고, 여러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 기반엔 서비스가 있어야 했죠. 손님 입장으로 봤을 때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단순하게 제 적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동네의 작은 로스터리에서 시작했고, 그곳에서 일하셨던 점장님께서 심도 있게 커피를 배우고 싶다면, '서울에서 배워보는 게 어떠냐' 질문을 던져주셨고, 블랙워터이슈 사이트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렇게 매뉴팩트커피에서 5년을 일하고 룩백을 시작할 수 있었죠.


ㅣ그럼 커피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받은 공간이라고 하셨는데, 퇴사 후에 떠나셨던 여행에서 룩백을 결정하신 걸까요?

룩백) 아니요. 미국 서부 포틀랜드, 일본 도쿄는 일을 하면서 다녀온 곳이에요. 대표님들께서 가보셨던 곳을 추천해 주셨고, 꼭 다녀오라 말씀하셨거든요. 미국은 연차도 쓰고 쉴 수 있는 휴일을 맞춰서 7일 정도 다녀온 것 같아요. 짧지만 그때 열정이 대단하기도 했고요.(웃음)


ㅣ열정뿐 아니라 영향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5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룩백) 선한 영향력을 많이 배웠어요. 커피를 배우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대표님 두 분과 동료들이 시야를 넓혀주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고, 직업적으로 커피만 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 중점으로 뻗어있는 여러 요소도 있을뿐더러 직업적으로, 인생의 선배 같은 느낌으로 많은 가치관을 잡아주신 분들이에요. 그리고 좋은 동료들이 있었죠. 제가 매뉴팩트라는 브랜드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사람이 좋아서였어요.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들에게 받은 영향으로 지금의 룩백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로요.


ㅣ정말 행복하셨던 것 같아요. 커피 지식뿐 아니라 삶의 가치관까지. 그래서 룩백은 사람과 여행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곳 같아요. 본인이 어떤 면을 추구하는지 또한 확고해지고요.

룩백) 맞아요.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커피 문화를 지향하고, 무엇을 보여드리고 싶은지 확고해진 것 같아요. 캐주얼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편안함. 과하지 않고, 미니멀 하지 않으며 날것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곳으로요.


ㅣ그 공간이 연희동에 위치해 있잖아요. 이곳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룩백) 차가 많이 지나가는 대로변은 피했던 것 같아요. 골목 안쪽에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골목을 좋아했고, 로컬의 분위기를 지향했고 원했어요. 버스가 지나가는 풍경도 좋았고요.(웃음) 


ㅣ공간적 선택에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고민이 많지 않으셨을까요? 카페 특성상 유동 인구가 많아야 하니까요.

룩백) 정말 많죠.(웃음) 지금도 쉽진 않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고즈넉함과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셔야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길게 보고 하려고 했으니까요. 1-2년만 보고 하는 운영이 아니었고, 제가 지향하는 커피 문화의 방식은 길게 보고 가야 한다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이제는 찾아와 주시는 단골분들도 계시고요. 감사함을 느끼죠. 사실 신기한 부분이 많아요. 저는 그 마음을 잘 몰라서. 항상 대접했던 입장이라 어떤 곳에 가서 단골이 되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 마음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ㅣ맞아요. 저도 단골이 되어 본 경험은 없지만 일하는 입장에서 단골 분을 보면 유독 더 반가움이 크더라고요.

룩백) 그쵸. 바리스타로 일하는 분들은 다양한 경험치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카페를 오픈하거나 맛있는 곳들을 찾아다녀야 하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돈을 지불하고 커피를 드시는데 제 끼니를 걱정해 주시고,(웃음) 매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반가울 수밖에요. 감사함이죠.


ㅣ그런 부분도 있잖아요. 매장에서 베이커리를 생산하면 수입적으로 나아지는 부분도 있고, 찾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제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룩백은 외부 음식 환영이라 말하죠.(웃음)

룩백) 저도 커피와 빵은 함께 즐기면 행복함이 배가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장의 규모나 1인 운영이다 보니 버거운 면이 있기도 하고, 납품도 생각해 봤지만, QC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관리도 어렵고요. 또 연희동이 빵 맛집이에요.(웃음) 대부분 포장만 가능하고요. 이 부분이 시너지가 되더라고요. 빵은 사 오셔서 커피와 즐기다 가시거나, 커피도 포장해 가지고 가시거나. 서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연희동이라 가능한가 싶고요.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하는 동네인 것 같아요. 자유로움도 크고. 오시는 분들이 맛있게 즐겨주시면 저도 행복감은 배가 되니까요.


ㅣ서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게 참 신기해요. 그럼에도 디저트를 하기엔 공간이 작고 버겁다 하셨지만, 금주마다 바뀌는 싱글빈들이 있죠. 바뀌는 기준이 있을까요?

룩백) 메인 블렌드는 Bubble. Rock. decaffeine 고정적으로 3가지가 있어요. 블렌드이다 보니 매일매일 드실 수 있고, 밸런스 위주라면, 싱글은 생두의 정보를 봤을 때 궁금한 위주로 뽑는 편이에요. 계절과 어울리는 맛 중점으로 개성 있는 원두를 선택하죠. 새로움을 찾는 분들에겐 즐길 수 있는 요소이니까요. 


ㅣ고정적인 메인 블렌드부터 싱글빈까지 다채로워요. 원두마다 권해드리는 커피 종류가 나뉘어 있을까요?

요즘은 "우유는 산미 있는 원두 블랙은 산미가 없는 게 좋아요."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자신의 취향을 아시는 거죠.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부터 많은 분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산미가 있든 없든, 본인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봅니다. 강요도 아니고요. 많이 경험해 보고 나에게 맞는 취향을 얻으셨으면 해요. 레시피도 활용해 보시고 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 보세요.


ㅣ로스팅은 처음부터 하셨던 걸까요? 

룩백) 바리스타에서 매니저로 일은 해왔지만, 로스팅 업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로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어요. 제가 로스팅을 해서 내어드리는 것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커피 지식에 대한 확장성이 바리스타 업무와 로스터 업무의 연결 고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로스팅은 전문 기관에서 따로 배우고 룩백을 만들게 된 거죠. 


ㅣ바리스타로 오래 일함으로써 서비스적으로 많이 배우고, 얻으신 것도 많으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느낀 중요한 점이 있을까요?

룩백) 손님 응대를 할 때 중요한 점은 무조건적인 친근함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빠르게 캐치해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그것 또한 바리스타의 능력이라 생각하고요. 바리스타 직업을 오래 해오며 얻은 부분 중 하나가 눈치이기도 해요. 디테일함 센스 하나로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ㅣ뭔가 기분이 이상해요. 저도 바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같은 업종에 오래 계셨던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듣는 기분이 들어요.

룩백) 상황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엄청난 서비스가 될 수 있잖아요.

이 부분이 단순함의 친절이 아니라 친절은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 저는 서비스적인 면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로컬에서 일을 해보시기 권해드려요. 호스피탈리티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현장이고 본인이 대처해야 할 상황들이 많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적 소양 의식고요.


ㅣ처음부터 지금까지 인터뷰 중에 나오는 노래들이 어떤 노래들인지 너무 묻고 싶었어요.(웃음) 대표님께서 영감받은 무엇이든 좋아요. 추천해 주세요. 

룩백) 아무래도 노래를 추천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카페에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음악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세요. 그래서 저도 장르 국한 없이 많이 듣는 중이에요.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음악만 한 것도 없으니까요. 저도 한참 빠진 노래인데 오늘 같이 흐린 날에 듣기 좋아요. 'Eddie Chacon' 중년의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팀원분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매장에서 꼭 한번 들어보세요! 



룩백 커피는 로컬스러운 만큼 접객도 과하지 않게,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접객 방식을 달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흡수되길 원한다는 룩백. 자연스러움으로 찾게 된다는 것은 애정으로 이어진 그들만의 신뢰가 아닐까.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친밀함과 유대관계. 작지만 옹기종기 모여드는 관계 속, 룩백은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를 시작하고 있다.



글 조정희 ㅣ사진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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