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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우 Dec 11. 2023

생각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생각한계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감정에 취약하다.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불안을 잠재우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걱정한다.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불안한 감정이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한 감정을 강화한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더 생각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과 생각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감정은 생각보다 빠르다.


감정은 편도체에서 형성된다. 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며 학습과 기억에도 관여하는 대뇌 조직의 일부이다. 몸에 있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감정을 만든다. 기쁨, 행복보다 두려움 공포와 같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편도체는 두려움과 공포를 감지한 즉시 비상벨을 울려대기 시작한다. 감정과 사건의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시간이 지난 후, 사건과 경험을 떠올릴 때 감정도 같이 느껴지게 된다.     


생각은 대뇌의 가장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이 담당한다. 영장류의 뇌인 전전두피질은 전두엽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사회성, 언어, 합리적 사고, 논리, 상상력, 예측, 기억, 자아, 계획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부위다. 기획서가 거부 되어도 퇴직서를 팀장 얼굴에 던지지 않는 것도 전전두피질 덕분이다. 그 이후에 있을 파국이 시뮬레이션 되기 때문이다. 전전두피질은 잔소리하는 편도체를 꺼버릴 수 있다. 퇴직서를 제출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를 ”들어갈 회사는 많아“라며 진정시켜 준다.     


심앨버트 앨리스가 개발한 ABC 이론이 있다. 사건(Activating event)은 개인이 느끼는 결과(Consequence)의 간접적인 영향만 준다는 것이다. 그보다 결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개인의 믿음(Belief) 이다.8) 믿음은 작은 일을 과장하고 성급하게 판단하며, 다른 사람이나 일에 대해 특정한 기대가 있으며, 부정적인 정서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나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사건에 대해 특정하게 작용하는 믿음이 있어 부정적인 정서와 행동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전전두피질은 편도체보다 느리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생각은 1~3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짧은 몇초가 중요하다. 전전두피질은 감정에 대해 해석한다. “상대방이 아무 말도 없는 거 보니 날 싫어하나 보다.”, “왜 저런 말을 하지? 찔리네”. 감정의 해석을 긍정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전전두피질은 감정에 휩싸인다. 불안, 분노, 고통, 자기 비하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알람을 울려대는 편도체는 활성화되어 있다. 전전두피질은 편도체에 억압당한다. 그래서 감정의 뇌는 생각하는 뇌보다 강하다.     


부정적 끌림을 주의하라.


인간은 긍정보다 부정을 더 사랑한다. 심리학에서는 곱씹기라는 용어가 있다. 곱씹기는 어떤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떤 말을 더 잘 떠올릴까? 축복의 말보다 저주의 말을 더 쉽게 떠올린다. 일상의 긍정과 감사의 말보다 부정과 비난의 말을 곱씹고 저장한다. 인간의 생존과 번식의 DNA 때문이다. 과거의 인류는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하다. 부정적인 정보를 놓치게 되면 생존과 직결되는 위험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긍정보다 부정에 민감한 것을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쉽게 기억하고 선호한다.     


심리학자인 폴 로진, 로스만과 그의 연구진들은 부정성을 연구했다. 연구의 결과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부정적인 정보가 중요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의 기반은 인간의 생존 DNA 때문이다. 둘째, 부정적인 정보는 다른 긍정적인 것들보다 강력하다. 판단이 왜곡되며 실제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셋째, 부정적인 정보는 전염성이 강하다.9) 개인의 의사, 정보,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대인관계에서 부정적인 정보는 빠르게 전파된다. 개인의 심리 및 인지 판단에 작용해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한다.     

심리학자인 테레사는 대인관계에서 부정 편향의 작용을 연구하였다. 연구진들은 피실험자에게 동료가 작성한 자료를 평가하라고 지시하였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피실험자들은 동료의 긍정적인 평가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비디오에서 강연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지시했다. 연구진은 비디오를 보여주기 전 청중과 강연자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강연자가 청중들보다 지적 수준이 낮다는 정보를 받은 실험 참가자는 어떤 좋은 정보가 들어와도 강연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10)   


인간은 쉽게 부정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정보가 들러붙어 있으면 긍정성을 놓쳐버리기 쉽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로 부정 편향을 과도하게 작용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망쳐버린 것을 곱씹는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잘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부정 편향은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극복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아는 것을 이해할 힘이 있다. 이를 의식적인 인지라고 한다. 부정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다.    

 

●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극복하는 방법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생각에 저항할수록 오히려 더 부정의 고리는 강해진다. 저항하지 않고 수용하고 잘 다루는 연습을 하면 부정의 고리는 약해진다. 다음은 내가 부정의 고리를 끊고 생각과 감정을 다룰 때 사용한 방법들이다.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걱정은 다른 걱정을 불러온다. 감정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 둬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면 저항하지 말고 오히려 환영해라. 잠시 멈추고 나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여라.

있는 그대로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수용하자. “나는 지금 00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 ” 감정과 생각을 인지하면 이성이 점점 돌아온다.     


긍정 명상하기.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들었을 때 명상하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과 떠오르면 눈을 감고 호흡을 깊게 들이쉰다. 지금의 생각과 감정 상태에 집중한다.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호흡에 의식을 집중한다. 호흡에 집중하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수용하고 인정한다.” “나의 내면이 편안해진다.”   

  

걷기

걷기는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다. 명상할 때 차분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이를 트랜스 상태라고 한다. 다른 외부의 요인들에 나의 시선과 의식을 빼앗기지 않게 된다.  몸은 편안해지고 감각은 더욱 예리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 긍정적인 말이란 친한 친구가 내게 건네는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이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의 고리가 차츰 약해진다. 주의할 점은, 나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물건들은 두고 나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뇌를 지배하면 이성적으로 될 수 없다. 아무리 주위에서 좋은 말을 해줘도 흘러들어 버린다. 감정과 생각의 작용을 인식하고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이성을 회복할 수 있다. 이성이 돌아올 때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문득 우연히 본 문구가 생각난다.     


”감정은 지성의 노예이지만, 지성은 감정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감정과 생각을 잘 다뤄야 한다.     



8) Ellis, A. (1991). The revised ABC's of rational-emotive therapy (RET). Journal of rational-emotive and cognitive-behavior therapy, 9(3), 139-172.

9) Rozin, P., & Royzman, E. B. (2001). Negativity bias, negativity dominance, and contagion.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5(4), 296-320.

10) Amabile, T. M., & Glazebrook, A. H. (1982). A negativity bias in interpersonal evalu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18(1),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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