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 Sep 02. 2024

죽음, 가까이 느끼다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

간병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자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 분들은 죽음의 상황들을 자주 어떻게 견디시는 걸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병실 옆자리에 커튼이 쳐지면서 보호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나의 어머니께서도 어느 날 돌아가실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저처럼 아픈 가족이 있으실 경우 항상 각오를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셨고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온몸이 떨렸습니다. 지체 없이 바로 요양원으로 갔지만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돌아가신 거예요? 주무시고  계신 것 같은데요? 정말 돌아가셨어요?" 묻고 또 묻고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끝까지 못난 딸이었습니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을 인지하자 눈물이 계속 나왔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하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병석에서만 계시는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답답하셨을 텐데.. 왜 일찍 해보지 못했을까 어머니가 웃으실 수 있게 뭐라도 해드렸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왔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하얀 시트로 꽁꽁 덮인 어머니 옆에 앉아 가는데 어머니의 손을 찾아 잡았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계속 어머니께 '너무 죄송해요' 반복했습니다.


제도의 도움으로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던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의 요양원은 더 전문화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지 잘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보호자들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잘 지내고 계시는지 항상 걱정과 불안이 있습니다. 요양원과 보호자 간의 신뢰가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다 보니 투명하게 운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을 하고 계시지 않으시겠지만 시스템상으로 보호자도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투명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시면 서로 간의 신뢰를 잘 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템이 개선되면 요양원과 보호자 간의 힘든 부분을 잘 알 수 있게 되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요? 죽음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가족에게 본인의 생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길 바라는지, 저의 기일에 가족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정도는 바로 떠오르지만 만약 치매나 의식이 없을 때,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락사라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어머니께서 안락사를 원하셔서 어머니와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괴로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맞지만 가족입장은 아무래도 반대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종종 꿈에서 어머니를 뵈면 아프신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책감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족 간에 대화를 많이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돈이 없어', '오히려 싸우기만 해' 등등 할 수 없는 오만가지 이유를 생각하면 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도 싸울지라도 잠깐의 행복한 순간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은 저의 최초의 세계이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것이라 어렵지만 노력을 계속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pixabay

이전 07화 착한 딸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