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유일했던 그때. 점점 더 무기력 해지고 죄책감이 들며 무능력한 자신이 싫고 현실이 너무 괴로워 바보같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날 죽어야지.. 그때까지만 버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제 자신이 더욱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어머니께서 얼마나 요양원에서 답답하셨을까. 하늘을 휠휠 날으셨으면 좋겠다.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다', '다음생이 있다면 나 같은 딸 말고 더 멋진 인생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에게 '어머니께서 병석에서 10년이 넘도록 고생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제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뇌출혈 후유증으로 편마비에 말씀도 잘 못하게 되신 와중에도 저를 걱정해 주셨는데.. 제가 어머니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어머니도 저와 같은 마음이실 텐데.. 어머니께서 주셨던 사랑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 자신이 싫어도 살아갈 이유는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아무 조건 없이 무한정 사랑해 주시는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딸 이유 하나만으로도 제 자신은 귀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간병하면서 어머니와 대부분 좋은 관계의 상황보다는 매일 온몸이 시려 한여름에도 이불을 덮으시는 어머니와 어떻게 서든 통풍을 시켜드리려 실랑이하는 상황, 말씀을 잘 못 알아들어서 답답해하다가 겨우 알아듣고 울었던 상황 등등 정말 서로 너무 힘든 관계의 상황이었지만 순간순간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걱정하면서 보시는 눈빛, 챙겨드릴 때 고마워하셨던 표현.. 아프시기 전과 다름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자신이 싫어질 때마다 아무 조건 없이 딸을 사랑해 주셨던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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