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간이 중요하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처럼 미세한 변화나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런 사실들을 실감하곤 한다. 그 때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렇게 했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는 인생의 페이지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장면이다.
오죽하면 가수 싸이님도 '어땠을까'..라는 노래속에 그런 가사를 쓰셨을까..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나의 옛사랑 옛사람.....
가끔 난 너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라고...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고 깨달음은 언제나 늦기에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결과값을 얻고 더이상 어찌 해 볼 수 없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사소했던 그 한 마디 혹은 사소했던 그 순간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물며 작은 취미 생활인 뜨개질 속에서도 이 이론은 진리였다. 도안을 보면서 정확하게 코를 뜨고 한 개의 완성품을 만드는 일이 이제 뜨개질을 막 시작한 뜨린이인 나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안과 정확하게 코바늘로 한땀 한땀 떠야 사진 속에 나와있는 그럴듯한 작품이 완성될 것이기에 놓았던 코의 수가 맞는지 세고 또 세고 확인한다. 그렇게 여러 번 확인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코 하나가 잘못 되어 있기도 하고 코의 수가 맞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애써 떠 온 만큼을 잘못 뜬 만큼은 허물고 다시 뜨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야 완성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뜨는 시간은 한참인데 푸는 건 고작 몇 초이니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령이 생겼는지 한 코 쯤은 무시해도 크게 지장을 줄 것 같지 않았기에 그냥 넘기기 시작했다. 가방 하나를 완성하는데 잘못 뜬 코 하나야 얼마나 큰 영향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잘못된 코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날 뜨개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씀하셨다. 잘못 놓은 한 코를 계속 넘어가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는 게 문제라고..그러다 보면 작품 전체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습관은 애시당초에 들이지 않는게 좋다는 따끔한 말씀이었다.
에쿠...이건 내가 인생을 살아 온 방식이 아니던가..작은 건 그냥 무시하고..살짝 쿵 넘어가고..그러다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인생이라는 내 유일한 작품엔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하겠지..
선생님은 한 마디를 더 덧붙여 주셨다. 뜬 코를 푸는 것에 대해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풀었다 다시 뜨고,..잘못 뜨면 다시 뜨고 하다보면 어느새 실력이 늘어있을 거라고...
잘못한 일은 무시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뜨면 그만인 것이었다.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한다. 사실 지금 뜨고 있는 이 한 코가 맞는 것인지, 놓지 말고 풀어야 하는 것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인생에는 도안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우리가 알아서 한코 한코 놓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에 대한 생각도 방향도 없이 무작정 뜨다가는 코를 아주 많이 풀어헤쳐야 하는 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적어도 내가 뭘 뜨고 싶은지 뭘 뜨고 있는 지에 대한 자기만의 도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생각의 방향과 그 모습이 있다면 뜨다가 다시 푸는 일쯤이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에..
다만 작은 한 코를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작은 말 한마디, 표정, 생각은 우리의 인생의 한 코 한 코가 되어 줄 것이기에..
사소하게 하는 생각들이 쌓여 생각의 방향을 만들고, 사소하게 내 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그 사람의 언어 습관을 만든다. 사소한 표정 하나하나가 쌓여서 표정이 만들어지기에 40세 이후의 얼굴은 그 사람의 책임이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닐까..
사소한 한 코를 무시하지 않는 일, 그것이 길고 긴 뜨개질의 완성작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