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들에게 건네는 감사
기쁨이는 라일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라일리의 실수나 잘못에 관한 기억들을 모두 기억 저편으로 보내버리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라일리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두 필요한 기억들이었고 그걸 깨닫게 된 기쁨이가 라일리의 기억들을 가져오기 위해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기쁨이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기쁨이 사라져가는 건가봐.."
늘 확신에 차 있었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기쁨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을 때 덩달아 나는 눈물이 났다.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마음 속에서 기쁨이는 불안이에게 마음 제어판을 내어 주게 된다.
불안이는 예견되는 수십가지의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하며 그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푹주해 버린 불안이가 정신을 잃은 표정으로 무서운 속도로 돌고 있는 장면을 보며 어느 날의 내 마음 속의 모습인 것 같아서, 사춘기를 힘들게 지나던 어느 날의 아이의 마음 속인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리는 그 실체 없는 불안이 만들어내는 상상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었던지...
MBTI검사에서 늘 계획형이 나왔던 것은...내가 계획형의 사람이 된 것은 저 불안이 커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계획형의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영화속에서 불안이는 라일리를 괴롭히는 악당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모두 다 라일리의 감정이었기에 기쁨이만큼 라일리가 행복해 지기를 바랬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더 나은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우리 마음 속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은 모두 나를 만들어가는 한 부분이기에 옳고 그른 것이 없다
어느 날의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 것도 같았다가, 또 어느 날은 너무 못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다 해낼 수 있을 것 처럼 자신만만했다가 금방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성공의 순간도, 실패의 순간도, 기뻤던 시간도, 슬프고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모두 다 나를 만든 것이기에 그 중에서 좋은 것만을 취할 수는 없다. 그 수많은 기억들과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일테니..
때론 나의 마음들은 비아냥의 협곡을 지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전달이 되기도 하고, 절대 꺼내 놓을 수 없는 비밀의 기억들은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 감추어 두고 평생 꺼내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수많은 기억의 구슬들을 가지고 우리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기쁨이가 영화속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항상 감정들의 대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우리는 행복을 찾는 과정중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감정들은 불안이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불안이에게 편안한 의자를 내어주고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게 대접하는 것이다.
어느 날 기쁨이보다 불안이가 내 마음의 제어판을 쥐고 흔드는 것 같은 순간에는 불안이에게 편안한 의자와 따뜻한 차를 내어주자.그렇게 불안이를 잘 달래면 불안이는 우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감정이 된다.나에게 책임감을 갖게 하고 나를 더 성장시켜 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의 본질을 감추고 취향을 꾸며내는 것, 성취에 조급해 지는 것,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하는 것 이런 행동들은 불안이를 더 활발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나를 인정하고 나의 감정들에게 편안한 의자를 내어 주는 것
이렇게 우리가 내 마음의 감정들을 편안하게 다룰 줄 알게 되면 진정한 어른으로의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런지...
그렇다면 진정 어른이 될 수는 있을란지...(감정의 컨트롤은 세상 어려운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