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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Sep 22. 2024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

똑똑한 사람들은 의심을 품는 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확신을 가져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루틴대로 흘러가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일상이 흔들리는 사사건을 만나면 알게된다.


일상의 흐름대로였다면 수요일 오후 13:30분 나는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점심 거리를 고민하며 집으로 향하였을 것이다. 가을이 오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은 땡땡한 해가 내리쬐는 오후 2시 구청 주차장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자동차와 씨름하게 될 줄은 평화로운 아침에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가방의 모든 주머니를 뒤져도..바지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도 자동차 키가 나오질 않는다. 등뒤가 서늘해지며 내가 자동차 키를 어딘가에 흘렸구나 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이 생각의 단초는 그 날 하루를 결정짓는 어리석은 확신이었으니. 똑똑한 사람들은 의심을 품는 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확신을 가진다더니 그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나야 나...


문제 해결의 첫 번째 단계로 일단 비상키가 생각이 났다. '스마트 키 잃어버렸을 때' ' 자동차 키 방전시 시동거는 방법'등의 검색어로 검색을 하며 차는 구청 주차장에 버려두고 일단 집으로 향한다. 비상키를 찾아 다시 버스를 타고 구청 주차장으로 향한다.(여기서부터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비상키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을 거야'.이렇게 잘 해결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다시 주차장으로 갔지만 어라..열쇠가 맞질 않는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해가 정면으로 떨어지는 주차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유튜브를 검색해가며 이리저리 열쇠를 돌려 보지만 

근 삼십 분의 씨름 끝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동차 보험회사의 도움을 청한다. 이런저런 단계를 거쳐 '잠금해제'를 도와주실 기사님이 도착하셨다. 

하지만 문은 열었으나 내가 가진 비상키로는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기사님 말씀으로는 맞는 키가 아닌 것 같다고 하시니..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해당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맞는 스마트키가 있지 확인하고 그 서비스센터로 견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 견인 서비스를 불러야 할 테니 잠금해제 기사님과는 안녕을 고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와주신 기사님께 어찌나 고마웠던지..


이제 서비스센터를 검색할 차례..몇 개가 보이길래  가장 가까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스마트키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문의를 했는데  전화를 받으시는 분의 태도가 너무나 뾰족하고 불친절하다. 말끝에 퉁명스러움과 귀찮음이 뚝뚝 떨어진다. 뭐 하나 물어볼 수가 없는 고압적인 태도이다. 이런 서러운 와중에 이렇게 불친절한 사람이 있는 센터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한다. 다행히도 전화를 받아주신 분께서는 나의 자초지종을 끝까지 들어주시고 견인해서 오라고 부드럽게 말씀해 주신다. 그 분의 다정함과 부드러운 말투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했다.

(교양 과목으로 국민 모두가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수강하는 게 어떨까..잠시 생각했다.)

다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견인 서비스를 요쳥하고 견인 기사님의 ' 얼른 갈게요'라는 말조차도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진다.


소란 끝에 도착한 서비스센터에서 키를 등록하고 다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기 위하여 스마트 키를 만드는 데 9만원의 지출이 필요하였다...자동차 키 절대 잃어버리면 안됩니다요...)

내가 오늘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에 대해 남편에게 고하던 도중 퇴근한 남편은 내가 들고 간 가방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반전이 시작되었다.

(역시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우리 어른들의 말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틀림없다.)

뚜둥..열쇠를 가방에서 찾아온 것이 아닌가...


악..소리가 절로 튀어 나왔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던가...

정말 그 순간 내가 너무 싫었다. 샅샅히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옆 주머니 저 밑에 열쇠가 떡..하니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자의 확신은 이렇게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구나..


'어딘가에 흘렸구나'라고 생각을 굳힌 후 가방을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은 우리의 행동을 만든다. 경솔함과 어리석은 확신의 콜라보로 오늘 하루 혼자 고생대잔치를 한 것이다. 


침착하고 사려깊은 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46평생 형성 안되었으면 어렵다고 봐야 하겠지..흑..)

아무래도 사주에 불이 네 개라 그런 것 같다며 애써 위안을 해 본다..(맴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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