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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릅 Aug 03. 2022

[마구잡이 낙서 일기] 22/08/01-02

조릅이의 낙서 일기 _3 기대없었던 여행

오래간만에 남자 친구와 휴가였다.


사실 별 기대 안 하고 간 휴가였는데 정말 좋았다. 산과 물이 많았다. 역시 자연은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산은 몽글몽글한 나무들이 모여 뭉글뭉글 해져있었고 계곡물은 내 몸이 달달 떨리기 전까지 차가웠다.


남자 친구와 누워서 둘만 이해할 수 있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면 그는 나에게 마음의 확신을 준다. 그리고 나에게 언제나 더 잘할게, 더 노력할게라고 말해준다. 정말 잘 보면 실제로 더 나아진 태도로 나에게 행동한다. 장난기가 많아서 말로만 나불대는 것 같지만 어쩌면 엄청난 실행력을 가닌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느렸지만 항상 보면 70%는 해냈다.


남자친구는 레고를 조립하고 완성된 걸 보면서 어린애처럼 눈빛이 반짝거린다. 별것도 아닌 것에 아이처럼 방방 뛰는 게 희한하다.


내가 저녁 준비하는 동안 그는 수영장에 갔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애랑 놀아줬다고 한다. 놀아줬다고 하지만 오히려 본인이 굉장히 신나 보였다. 붙임성도 좋네. 그런 거 보면 나중에 애 낳으면 자식이랑 잘 놀아줄 것 같다. 나랑 참 다르다. 그래서 귀엽다.


남자 친구는 나만큼 수다쟁이라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다. 대화가 끊길 수 없는 강적들이 만났다. 그가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해요.’라는 문장이 있다. 그 문장은 날 존중하는 느낌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는 걸 그는 아주 잘 안다. 자기 전까지 졸려 죽겠는데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어떤 말이든 내뱉는 나와 그가 참 웃기다. 난 오늘도 역시나 그에게 1%의 확신이 더 생겼다. 마지막이 약간 삐걱댔지만 너무나 행복한 휴가였다. 충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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