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마음을 말해도 되는 사람
누군가에게 솔직해지는 건 참 어렵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보통 솔직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들이 날 바보같이 볼까 봐, 나약한 붕신으로 볼까 봐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솔직하면 안 된다고, 무조건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더 꽁꽁 숨겨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해진다는 것은 나의 치부를 드러낼 수 도 있고 내가 언제든 간파당할 수 있다는 염려를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내가 살면서 느낀 ‘솔직함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누군가에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정말 나의 것을 드러내도 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간혹 애인한테 모든 걸 오픈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절대 반대이다. 애인한테는 모든 걸 다 말하면 안 된다. 절대.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애인이어야 그게 가능하지. 안타깝게도 모든 애인이 굿 리스너는 아니다.
애인을 포함해서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미숙한 사람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나의 에너지만 낭비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그냥 감으로 안다. 이야기를 하면서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온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도 들어있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배출되기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라고 무조건 다 솔직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가족주의가 강해서 모든 걸 가족과 같이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좀 장착되어있는데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가족에게 얘기하면 괜한 걱정을 살 수 도 있고 신경 쓰일만한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 특히나 가족 중에 예민한 사람이 있다면 작은 일도 과대해석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낫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누구에게나 다 솔직하다. 사실 솔직한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모르는 상대와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 좋지만, 내 경험상 한두 번 밖에 안 본 사이에서 자신의 가정사라던가 진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사실 이건 ‘나에게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다니 나도 용기 내서 가까워져야겠다.’라는 반응과 ‘이 사람은 뭔데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지? 좀 부담스럽네.’라는 반응으로 나뉜다. 이 부분은 내가 가진 상대의 호감도의 따라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적을 경우엔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아무렇지 않게 하는 느낌이 강하다.
만약 ‘난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넌 왜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아?’라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면 그 관계는 거의 끝이라고 봐도 된다.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 할 건 내가 솔직했다고 상대가 솔직해야 할 의무는 없다.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든 솔직함을 강요할 수 없다. 너무 솔직해지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나의 패를 깠으니 너도 너의 패를 까라 라는 거거든.
따라서 ‘솔직’을 잘 대하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나누어서 분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에겐 30%의 솔직, 애인에겐 20%, 친구에겐 20%, 일기 쓰기 30% 등으로 나누면 한 존재에게만 내 솔직을 모두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가장 베스트 한 방법이다. 다양한 루트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원하는 만큼만 솔직을 내뱉으면 확실히 부담이 덜 된다.
특히 꼭 사람에게만 솔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솔직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걸 일기를 쓰면서 솔직함을 정리한다. 그럼 내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어 자신에게 굉장히 솔직해진다. 물론 글로만 솔직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제일 쉬우면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솔직’이기에 글을 무조건 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