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오후 4시면 해가 졌다. 낮시간도 짧고 해도 없으니 기분이 우울했다. 음산한 날씨 때문에 기온이 그렇게 낮지 않아도 뼛속까지 시리고 추웠다.
크리스마스마켓이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줄 알고 비엔나에 두 달 머물 계획을 세웠는데 11월부터 크리스마스마켓은 열렸다. 시청이나 큰 광장의 화려하고 거대한 크리스마스마켓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소박하고 작은 크리스마켓도 여러 군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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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겨울을 지내보니 11월부터 크리스마스마켓을 열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금방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 크리스마스마켓은 아늑한 불빛, 따뜻한 와인과 음식으로 사람들을 위로했고, 화려한 조명과 장식, 스케이트장이나 회전목마는 기분을 전환시키고 활력을 주었다.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대화는 을씨년스러운 겨울에 외롭지 않게 했다.
비엔나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종교적 이유보다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도 크리스마스마켓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며 가라앉아있던 기분이 올라가곤 했다.
소피아 엄마의 생일이 다가와 무슨 선물을 살지 고민하며 쇼핑가를 돌아다녔다. 연말이 다가오니 세일하는 곳이 많을까 기대했는데 거의 없었다.
세일하는 곳은 별로 없지만 크리스마스 관련 물건을 파는 가게는 많았다. 크리스마스 장식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도 많고, 일반 가게에도 크리스마스 용품 코너가 따로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종이 카드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산타클로스인 줄 알았는데 비엔나에서 산타는 안보였다. 그저 빨간 모자를 쓴 요정인형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두바이 초콜릿이 인기라고 하더니, 비엔나도 마찬가지인지 호퍼 슈퍼마켓에서 두바이초콜릿을 한정 판매했다. 아들의 부탁으로 집 근처 호퍼 슈퍼마켓이 문을 여는 아침 7시 40분 전부터 줄을 섰다.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줄을 서있어서 당연히 두바이초콜릿을 사려는 줄이라고 생각했다.
슈퍼마켓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초콜릿이 아니라 빵 코너로 몰려갔다. 빵을 하나씩 집은 아이들과 엄마들은 빵 값을 계산하고 학교로 향했다. 말하자면 빵은 점심도시락이거나 아침 식사였다.
일인당 3개씩 판다는 두바이 초콜릿을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여유롭게 6개를 사가지고 나왔다. 몇 년 전 허니 버터 칩 소동이 생각났다. 그때도 아이들의 성화에 새벽부터 슈퍼마켓 매장 앞에 줄을 섰지만 결국 사지 못 했었다. 비엔나는 우리만큼 유행과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그렇게 인기라는 두바이 초콜릿을 먹어보았다. 왜 그리 비싸고, 인기 있고, 없어서 못 판다는지 알 수 없었다.
비엔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유행에 민감하거나 새로운 것을 쫒지 않았다. 또 먹는 것에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열정이 넘치지도 않아 보였다. 기본빵 하나면 점심이 되고 크리스마스마켓의 따뜻한 외인 한 잔이면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