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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Oct 10. 2023

우리 아파트에 토끼가 산다

토끼야, 어딨니?

토끼야 토끼야 진달래 먹었니

토끼야 토끼야 개나리 먹었니


2019년 겨울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이상하고도 신기한 소문이 났다.

바로 우리 아파트에 토끼가 산다는 것이었다.

'설마 사람들이 이렇게 북적대는데 토끼가 살겠어 동물원도 아니고, 아니야 산이 근처에 있으니 

산토끼가 내려올 수도 있겠다'며 유유히 흐르는 뜬금없는 소문에 마음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했다.

새벽녘 산책 나갔다 토끼를 발견한 것이다.

"안녕? 토끼야" 인사를 건넸지만 토끼는 미동도 않고 망부석처럼 꼿꼿하게 서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새벽 산책길에 토끼와의 만남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부가 궁금해지면 

토끼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 불안에 떨던 내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보금자리를 옮겼는지 산 가까이 아파트 동문 쪽에서 

저녁 산책 나간 우리 앞을 가로질러 잽싸게 지나가는 것이었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달리기 잘하는 토끼가 맞다고 입증이라도 하듯 

30여 미터 거리를 순식간에 뛰어갔다.


2022년 6월 21일에는 토끼 2마리가 새벽 산책을 나왔다.

늘 같은 자리에서 새벽 배송 트럭이 오가도 꼼짝도 않고 있던 토끼가 

그날은 웬일로 단짝 친구를 데리고 나와서는 야외 테이블 주변에서 꽁냥꽁냥거리며 놀았다.



근래에 와서는 토끼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 몸이라도 상했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갔나" 토끼가 나오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면 

"저번에도 안 보이다 나왔잖아, 잘 지내고 있겠지" 큰아이가 위안의 말을 건네지만 소용이 없다.

 

토끼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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