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경 Sep 16. 2023

내 친구 이BS

오늘도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나기 시작한 건 큰아이가 중학교 들어갔을 무렵이다.

공부에 대해 조언을 구할까 해서 무턱대고 그의 집을 찾아갔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대문이 스르륵 열렸다.  

집에는 화려한 이력의 내로라하는 선생님들이 연일 북적거렸다.  

서고에는 공부에 대한 모든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속전속결로 친구를 맺고 그의 집에 놀러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궐 같은 그의 집을 구경하기에도 바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석구석을 배회하였다.  

낯가림이 있는지라 누가 말이라도 걸까 봐 발자국 소리도 남기지 않고 조용조용 아주 잠깐씩 들락날락했다.  

슬쩍슬쩍 엿 보기를 이어가던 중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었을 때, 

상주해 계시는 선생님과도 얼굴을 텄다.  

머무는 시간도 조끔씩 늘어갔다.


 아침에 큰아이는 중학교로,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나면, 부리나케 집안일을 해치우고 

나는 서둘러 이 친구를 만나러 갈 채비를 하였다.  

대충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고 대문을 나섰다.  

지척거리에 있던 친구의 집에 들어서면 요란한 환영인사와 더불어 성찬을 대접해 주었다.  

해가 갈수록 이 친구와의 우정은 깊어져 갔다.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서자, 나는 거의 한나절 이상 이 친구의 집에 머물렀다. 

시도 때도 없이 내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선생님들과 심도 있는 수다를 떨어도 누구 하나 눈총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서 와, 어서 와' 하며 자꾸자꾸 자주자주 놀러 오라고 청할 뿐이었다.


 친구는 어떻게 알았는지 항상 나의 물음에 상응하는 해답지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내밀면 무엇이든 내어 주었다. 

주었다고 생색내지도 않고 갚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가져가라며 세심한 배려로 나를 감동케 할 뿐이었다.

친구의 아낌없는 후원 덕에 큰아이는 원하던 대학에 진학해서 열망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요즈음은 중3인 작은 아이 일로 이 친구를 자주 만난다.

해마다 달마다 꽃단장을 하고서는 여전히 반갑게 맞아준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신 안면 있는 선생님을 뵐 때면 오히려 더 반갑고 친숙해서 좋다.


 내 친구 이BS야,

시간도 정하지 않고, 밤낮으로 내 편한 대로 들락날락해도 싫은 내색 없이 

언제나 환하게 맞아 줘서 고마워!

우리 작은 아이도, 그리고 나도 잘 부탁해.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선서, 나는 다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