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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Sep 14. 2023

전설의 여름방학!

추억이 풍덩풍덩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며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 ~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라랄라랄 라랄라 라랄라랄 라랄라~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내 살던 고향은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른다.

밥 한술 뜨고서 해를 이고 나와서는 동네 아이들 끼리끼리 모인다.



나는 '염소 먹이기'의 막중한 임무를 띤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 마을을 나선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손바닥만 한 동네지만 매번 고심한다.

'하늘땅' 손바닥 뒤집기로 나름 민주적으로 염소를 먹일 장소를 결정한다.

주로 강줄기를 따라 까만 염소를 몰고 나가 풀이 무성한 곳에 풀어놓는다.


염소가 자유로이 풀을 뜯는 사이 우리는 강물 속으로 풍덩풍덩 뛰어든다.

입술이 새파랗게 될 때까지 자맥질을 하고 논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이를 따닥따닥 마주치며 물속에서 나와서는

너른 바위에 드러누워 오들 거리는 몸을 녹인다. 

따끈하게 데워진 바위와 활활 타오르는 태양에 이내 몸이 마른다. 

에너지가 충전되면 또다시 강물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여름이 푸르게 물장구쳤다.


이마저도 시들해지면 소꿉놀이를 한다. 

석기시대로 돌아간 듯 돌멩이를 주워 모아 갈고 빻고 다듬고 

강가에 핀 들풀이나 열매로 먹거리를 만들어서

얼토당토않은 상황극을 펼치며 논다.


틈틈이 방학숙제도 해야 한다.

여름방학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곤충채집과 식물채집.

적당한 식물이나 곤충이 눈에 띄면 바로바로 채집해 둔다.

사르르 내려앉는 물잠자리

발자국소리를 죽이며 숨도 쉬지 않고 다가가 덮친다.

한뿌리 캐 온 강아지풀은 

헌 책 속에 끼워 다림돌로 꾹꾹 눌러 놓고 마름을 기다린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이면 고동잡기에 열을 올린다.

고동은 낮에는 낮잠을 자는 건지 돌멩이 밑에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돌멩이 하나씩 들춰가며 잡는 것도 재밌지만

너른 바닥에 깔린 고동을 싹쓸이 함은 엄청났다. 


마을 어귀 멀리 해가 달아나면 

염소를 몰아 제 집을 찾아 꾸역꾸역 들어간다.

실컷 놀고서도 염소먹이기를 완수한지라 의기양양하다.



이처럼 초등학교시절 나의 여름방학은 

두 손으로 아무리 틀어막아도 귀를 깨뜨리는 매미의 절대 고음처럼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다.


지금 나의 고향은 옛 모습 찾아볼 수 없어 낯설기만 하다.

산에는 펜션이 하나둘씩 들어서더니 

하늘에 높다란 다리가 걸터앉아 있고 

자맥질하던 강은 돌이끼로 물이 누리 뎅뎅하고 

그 많던 물고기와 고동은 어디로 갔는지.......


그립고 그리워라.

산천수목이 나의 놀이터였던 여름방학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꿈이었다고 가버렸다고 안갯속이라 해도

라랄라 랄라 라랄라 랄라 라랄라-랄라 라랄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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