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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Sep 14. 2023

나의 은사님을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잘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는 가히 없으라


 나는 선생님 복이 참 많다.

12년 대장정의 나와 큰아이의 학창 시절에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들이 담임을 역임하셨다.  

그리고 중3인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로 현재진행형이다.


 요즈음, 껄끄러운 사건들로 천태만상 얼룩진 교육계의 아우성이 자주 들린다.  

이와는 달리 나는 항상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시시비비를 잘도 비켜갔으니 운이 참 좋았다.  

아마도 온정성을 다해 함께 해주신 선생님 덕분인 듯하다.  

자녀들에게도 입버릇처럼 선생님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 

 

 눈을 감으면 지극했던 선생님의 사랑이 찬란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빨갛게 물든 단풍잎처럼, 

 때로는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처럼, 

 때로는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처럼,

 때로는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선생님의 다정했던 목소리가 귀언저리를 맴돌며 눈에 선하다.



 이제부터 나의 초등학교시절 고마운 선생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다니던 산골짜기 시골 초등학교는 학년별 한 학급으로, 학급별 학생수가 스무 명 남짓했다.  

학교는 시골 아이들의 유일한 배움터였고 군데군데 오목조목한 마을을 연결하는 소통의 중심지였다.


 5학년에 접어들어 나는 제자 사랑의 끝판왕 선생님들을 만났다.  

새 학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생님들이 대거 새로 부임해 오셨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일타선생님들이라고나 할까.  

조그마한 촌동네 학교에 교육계의 정예군단이 왕림하신 거다.  

민병룡 선생님, 조경래, 홍순평, 안병국, 천분조 선생님 등.  후광을 달고 오신듯했다.

아무튼 모든 분들이 고군분투하며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셨다.

 

  첫 번째로 소개할 분은 조경래 교감선생님이시다. 


 5학년 담임이셨던 조경래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늘 운동장에서 나가셨다.  

보다 나은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시고 백방으로 뛰셨다.  

학교 구석구석을 누비시며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놀 수 있는 행복한 학교로 가꿔 나가셨다. 

 

언제나 학생이 먼저였던 선생님은 우리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 올 태세였다.  

마치 농촌계몽운동하듯 선진문물을 열렬히 전파해 주셨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우리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주셨다. 


선생님의 진두지휘하에 학교는 지녀야 할 덕목과 품성을 일목요연하게 갖춰가기 시작했다. 

일곱 분의 모든 선생님들이 일심단결하여 학생들을 이끌며 교육의 정의를 세워 나가셨다.

 

 내 눈에 조경래 선생님은 교감선생님으로서도 나의 담임선생님으로서도 훌륭한 교육자로 각인되어 있다. 

서점에 데려가 갖고 싶은 책을 고르게도 하시고 

먹고 싶은 과자를 사서 손에 쥐어주시고

육상 훈련 중에 발목이 접질리자 침술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시기도 하고

버스로 한 시간 넘게 덜커덩거리며 달려야만 당도하는 읍내학교에서 도체육대회훈련을 받을 때에, 

훈련을 빠지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내비치자 나의 의사를 존중해 주셨다.

 군체육대회 날에는 10명도 넘는 선수들을 집으로 데려가 먹이고 재우기도 하셨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도 유별나게 신경 쓰셨다.  

댁에는 초중고를 다니던 자제분이 4명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달콤 살벌한 일이다.


 얼굴에 뜨거운 땀방울을 뿜어내며 하얗게 불꽃을 튀기던 조경래 선생님.  고맙습니다.

 교육에 헌신한 당신의 순정에 나는 언제나 교육자를 추앙합니다.



 다음 소개할 분은 천분조 선생님이시다.


 내게는 엄마 같은 선생님이시다.  담임은 아니셨지만 늘 나를 살펴봐 주셨다.

지금처럼 무덥던 여름 어느 날, 학교가 파할 즈음, 

선생님은 나 혼자 학교 앞 가게로 오라고 살포시 손짓하셨다.  

그러고서는 탄산이 토도독 터져 오르는 사이다에 바밤바를 막대째 꽂아서, 

물방울이 차르르 흘러내리는 유리컵을 불쑥 내미셨다.  

헐레벌떡 뛰어간 나는 누가 볼세라 송두리째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바밤바사이다가 목구멍을 타고 첨벙첨벙 헤엄쳐 내려갔다.  

아~ 난생처음 맛보는 잊을 수 없는 달콤 시원함이었다.


 걸스카우트 캠프, 학예회, 운동회, 체육 대회 등 선생님은 언제나 나를 중심에 세우고 칭찬하셨다.  

나는 발그레 부끄럼을 타면서도 한없이 선생님의 사랑을 누렸다.


 졸업을 하고도 계속 이어졌다.

중학교 때는 옷을 여러 벌 사서 동네 동생 편으로 보내기도 하시며 딸처럼 챙겨주셨다.

고등학교 때, 수업이 일찍 끝난 날 나는 발걸음을 앞세워 근무하시던 학교로 불쑥 찾아갔다.  

마침 교실로 화장품 판매원이 방문하자 선생님은 스킨로션 기초화장품을 한 아름 안겨 주셨다.

나를 보시면 선생님은 무작정 자꾸자꾸 양손 가득 들려주셨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맞이한 직장생활 첫 해 5월에, 나는 선생님댁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내게는 덩범한 선생님의 홈웨어를  빌려 입고서, 손수 차려주신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초등 5학년부터 사회초년생이 되기까지 한결같았던 선생님의 사랑이 깊어져 갔던 벅찬 밤이었다. 


서른이 넘어서 치른 나의 결혼식에도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덕담과 아울러 딸을 시집보내듯 마음 한켠을 내어주셨다.


 이렇게 내게 각별하게 사랑을 베풀어 주셨는데 어느 순간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천분조 선생님,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당신의 은혜를 입은 나는 언제나 교육자를 추앙합니다.



 이분들 외에도 6학년담임이셨던 민병룡 선생님, 육상 체육 담당하신 홍순평 선생님 등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고마운 선생님들과의 일화가 끝이 없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려고 한다.

  


나의 성장을 도우며 넓디넓은 세상으로 인도해 주신 선생님들.  

어쩌다 보니 제대로 된 인사말 전하지 못하고 뒤안길로 물러나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선생님들께 전해질 수 있도록 목청껏 크게 외쳐봅니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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