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파리 따 올까요?
추석이 다가오니 모시송편 생각이 절로 나네요.
밥통에 데운 모시송편 분명 한입크기라 했거늘, 내 입이 작지도 않은데 어기적어기적
겨우 씹어 넘겼네요.
한 입으로는 어림도 없는 크기였어요.
'이 맛이 아닌데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왠지 모를 허전함에 자꾸 물음표가 달렸어요.
이맘때쯤이면 엄마와 함께 빚던 우리 집 모시송편.
그 특별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밤농사를 짓던 우리 집은 송편소를 '밤'으로 해요.
앞치마 두른 허리 낭창하게 밤을 주워와
껍질째 가마솥에 삶아서
포실포실한 밤 절구로 찧어
설탕가루 뿌려 달콤함을 한 옥타브 올리고
정침밭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모시잎 한아름 모셔와
멥쌀가루랑 한데 모아 요리조리 돌려가며 치대어서
찌그러진 양은 밥상 펴 놓고 빙 둘러앉아 모시송편을 빚지요.
빚기의 관건은 크기에 있어요.
'한 입 크기' 한 입 크기로 빚어야 해요.
한입에 쏙쏙 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앙증맞게 빚어야 하지요.
떡반죽 톡 떼어 동글동글하게 왕구슬처럼 만들어
손바닥으로 꾹 눌려 보름달처럼 납작하게 매만져
손바닥 가운데 오목하게 오므려
밤소 한티스푼 오동통하게 떠 넣고
반달로 접어 양쪽 끝에 입꼬리를 살짝 올려 주면 한입크기의 모시송편이 완성되지요.
나는 제벌 야물딱지게 그럴싸하게 빚었어요.
언니들과 누가 누가 더 작게 빚나 내기하며
포개진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는 이미 굳어진 지 오래라
그저 손만 까딱까딱하며 빚고 빚고 또 빚었지요.
엄마가 가마솥에 모시송편을 찌는 사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감잎을 따 와야 해요.
집 가까이 둘럼밭에 감나무가 있었어요.
우리는 감나무가 이미 떨궈 난 잎을 주워 모으기도 하고, 감잎을 새로 따서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아 오지요.
감잎은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놓고서 모시송편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며 솥 주위를 떠나지 않았어요.
한 김을 푹 내쉰 모시송편은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때깔도 진하고 향기로와요.
반질반질하게 윤기를 차려입은 모시송편을 감이파리 접시에 담아내는 것은 우리 집만의 비법이지요.
너도 나도 감이파리 한 장 들고서 오며 가며
감잎 위에 핀 모시송편을 한입에 쏙, 쏙, 오물닥오물닥
음~ 맛이, 맛이 쫀득하니 끝내줬지요!
송편을 빚던 일도 세월 따라 떡방앗간으로 밀려난 지 오래지요.
이번 여름에 보니, 정침밭 그 자리에 모시가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었어요.
언니들, 언제 우리 밤 따다가 모시송편 한번 해 먹어요.
누가 누가 제일 작게 빚나 내기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