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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27. 2024

데자뷔

달의 위상

'어! 저 저 저 장면 어디서 본 듯한데, 어디에서 봤지?'

영화를 보다가도 

 

'어! 이 이 이 표현 어디서 본 듯한데, 어디에서 봤지?'

내가 쓴 글을 보고도


'어! 그 그 그 얘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에서 들어 봤지?'

담소를 나누다가도


기억너머 어딘가에서 분명 본 듯, 들은 듯한데 안갯속에 갇혀 있는 뿌연 형상뿐.

갸웃갸웃, 알쏭달쏭, 가물가물, 흐릿흐릿 자꾸 묘연한 기분만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멀건한 형체가 시도 때도 없이 나의 시공간을 물컹하게 넘나 든다. 

아! 이것은 데자뷔? 기억의 오류?



살다 보니 엄마의 삶을 내가 쓰고 있다.

살다 보니 나의 삶을 세상천지 모르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

살다 보니 엄마의 삶을 내가 노래하고 있다.

살다 보니 나의 삶을 세상천지 모르는 사람들이 노래하고 있다. 


엄마가 나였는지 내가 엄마였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그녀의 이야기

내가 그대인지 그대가 나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 그대들의 이야기

머릿속의 일들이 마음속의 일들이, 입을 타고 손을 타고, 눈으로 귀로 전해져 나를 홀린다.

아! 이것은 데자뷔? 삶의 착시?




달이 차오른다.

초저녁 초승달 반달로 보름달로 쉬지 않고 살이 토실토실 오른다.

달이 숨는다.

한밤중 보름달 반달 뒤에 그믐달 뒤에 몸을 가늘가늘 숨긴다.


1년 12달 보름달의 숨바꼭질

지구의 그림자를 끌어와 숨어봤자 태양의 손바닥이다.

술래 태양

낯빛을 송두리째 싹 바꾼 그믐달 기필코 찾아내어 초승달로 세운다.




달은 언제나 보름달이었거늘

진실에 소망이 덧씌워져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개다.

보름달 - 반달(하현달) - 그믐달 - 초승달 - 반달(상현달) - 보름달 

뗐다 붙였다 시간 맞춰 이름표를 여러 번 바꿔 달아도 

달은 하나 언제나 처음 얼굴 그대로 보름달로 돌아온다.


성별, 나이, 피부색, 종교는 달라도 같은 달을 보며 그리는 세상도 비슷비슷

큰 바다, 넓은 땅 여럿 건너도 오직 하나의 보름달 내리는 은혜도 비슷비슷


1년 12번 데자뷔 하는 달을 보며 걷는 삶이라서 데자뷔인 걸까?

1년 12번 데자뷔 하는 달을 보며 품는 삶이라서 데자뷔인 걸까? 

지나간 길 따라가니 데자뷔인 걸까?

지나온 길 따라오니 데자뷔인 걸까?



 * 제가 '언니 자랑'을 했더니 개울건너 작가님께서 작은 언니분 얘기 같다 하시더라고요.

   삶도 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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