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 너희에게는 20만 원이 아깝지 않다.

관리자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자

by 중대장 김상준

혹한기 훈련을 하기 전, 중대원들 그중에서도 중대 본부 인원들을 챙겨주기로 했다. 중대 본부 인원들은 중대장 자식 중에서 특히 각별한 인원으로, 병력관리 업무, 물자 업무, 교육 업무를 신경 쓰는 용사들이라 중대장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많다. 그에 반해 따로 챙겨주는 소대장들이 없어 그들끼리는 끈끈하지만, 간부의 관심이 필요한 친구들이다. 물론 업무 덕분에 본인들이 알아서 간부들과 친해지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고깃집을 가기로 하였다. 사실 나는 부대찌개를 사주고 싶었지만, 중대본부 친구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길래 연천에서 유명한 고깃집으로 갔다. 그곳은 가격도 합리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갈매기살이 150g에 9000원 한다면, 이 정도면 합리적이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중대본부 인원 나 포함 7명이 가게를 들어서고, 하나둘 야전상의를 벗었다. 전투복에 고기 냄새가 배면 세탁 없이는 처치 곤란이기에, 각자 편한 복장으로 먹게 했다.




이번 자리에서는 각자 고민거리를 한두 가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보통 회식을 하면, 상급자의 말이 거의 7~80% 정도로 본인 이야기,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얘기할 것도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각자 담고 있는 고민을 서로 나누었으면 해서 준비해 오라고 얘기했다. 먼저 중대본부의 막내, 새로 들어온 통신병 친구 현성이가 입을 떼었다.


“중대장님, 자기 계발을 무엇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성이는 처음에 내년에 수능을 다시 볼 것이라고 다짐하던 친구였는데, 최근 자신의 미래에 관해 고민이 많아진 것 같았다. 중대본부 각자 이야기를 꺼냈다. 물자병인 수현이는 자기처럼 토플을 준비하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그냥 수능에 집중하라고 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사실 고민은 해결해 주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민은 그저 들어주고, 감정을 나누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성이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현성이에게 표면적으로는 영어공부와 책을 읽으라는 답변을 해주었지만, 결국 결정하는 것은 현성이 자신이다. 현성이는 똘똘한 친구라 아마 다시 마음을 다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고민은 달랐다. 선임인 친구들은 ‘중대장님 전역 후에 무엇을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라고 했고, 한창 군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공무원을 할지,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할지’, ‘말뚝을 박아야 할지, 아니면 전공을 살려야 할지’ 등등이었다. 이번 회식 자리 덕분에 중대원들의 고민을 듣고, 역시 중대원들도 나의 자식이기 전에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청춘이구나 싶었다. 다 자신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나 또한 나의 경험을 들려주며,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고깃값은 20만 원이 넘게 나왔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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