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식사

by 숨결마다


삶에서 여러 가지 기억되는 식사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는 공보의 2년 차 때 관사에서 먹은 점심식사였던 것 같다.


공보의 2년 차를 맞아 관내에서 고속도로 IC에 조금 더 가까운 지소로 이동한 다음 날이었다.


1층에는 지소가 있고, 좁은 계단을 오르고 철문을 열면 복도식으로 늘어선 세 개의 관사. 치과의도, 한의도 없었기에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중간 집을 고르고 깨끗하게 쓸고 닦았다.


외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평이 채 안 되는 현관에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내 신발.

예전 우리 집처럼 그렇게 신발 네 켤레가 놓여 있었다.


가스렌지 위에는 엄마가 들고 온 낡은 압력밥솥이 있고, 밥솥 뚜껑에 달린 추는 핑글핑글 돌면서 푸우우~ 기차 고동 소리를 냈다. 그 옆에는 시골 시장에서 사 온 고등어 한 손으로 끓여낸 찌개.

의자도, 식탁도 없었기에 마루이자 주방이자 식당인 다섯 평 정도의 공간에 신문지를 대충 펴고, 각자의 그릇에 밥을 푸고 찌개를 담고,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 한 점. 뜨끈한 쌀밥, 시뻘건 찌개 국물, 대비되는 하얀 고등어 속살, 달콤하고 뭉클하게 씹히는 무.



어떤 집으로 이사했는지 궁금했던 부모님과, 어쩌다 시간이 되어 같이 따라온 시집간 누나. 조카도, 매형도, 와이프도 없는 정말 오랜만에 우리 네 명이서 먹은 그 점심식사.


창문 너머로는 4월의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고, 밥과 찌개에서는 뭉게뭉게 김이 피어올랐다.


다섯 평 거실은 수증기에 산란된 햇볕과 달콤한 냄새와 음식 씹는 소리로 가득했고, 우리 가족은 네 명이서 단란하게 고등어찌개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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