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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시아 Jun 03. 2021

우리 부부 앞에 붙은 새로운 수식어

'난임'부부

병원 선택은 늘 신중하다.


내가 썼던 후기를 보고 한밤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던 치킨집 사장님을 겪은 뒤로 나쁜 후기는 쓰지 않고, 좋은 후기만 남긴다.

그래서 나쁜 후기가 많은 곳은 거르게 된다. 이 후기를 남긴 누군가도 내가 느낀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서.


내 병에 대해 학위까지 받을 수 있을만한 수준으로 검색한 뒤 병원에 간다. 그 정보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의 진찰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병원 후기를 볼 때 의사의 친절도를 위주로 본다. 내가 남겼던 ‘선생님이 친절해요’의 의미는 환자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는 의미이므로.


하지만 광고와 진실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고심 끝에 골라서 간 병원들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최악은 걸렀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임신을 위한 병원이므로 더 철저히 병원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생리 이틀째, 내가 사는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난임 병원의 친절하다는 후기가 많은 여자 선생님에게 진료 예약을 했다.


생리 사흘째, 남편과 함께 간 병원은 생각보다 컸다.

배 부른 임산부들이 대기 중인 산부인과와 진료를 받기 싫어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소아과를 지나가니 난임 접수창구가 나왔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대기석은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꽉 차있었다.


접수대에서 상담을 위한 문진표를 작성했다.

생리 주기, 임신 경험, 피임 기간, 흡연, 음주 등의 항목에 체크했다.

우리의 이름이 호명된 뒤, 잔뜩 긴장하며 들어갔던 진료실에는 온화한 인상의 여자 의사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아직 결혼한 지 몇 개월 안되었는데 방문해주셨네요~”

“연애를 오래 해서 바로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안되어서요…”

“잘 오셨어요.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보고 현재 건강상태를 파악해보는 것도 중요해요. 음, 연애기간 9년 동안 질외사정 법을 주 피임법으로 사용하셨다고 기록하셨네요. 질외사정이 피임 성공률이 높은 편은 아닌데 9년 동안 임신이 안되었다는 건…. 검사 결과를 보고 더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초음파부터 봐볼게요.”


초음파 상으로 볼 때 난소와 자궁은 특별한 문제없이 건강했고, 자궁벽 두께도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포도송이같이 난포가 여러 개 보인다며 다낭성 난소증후군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 사전적 의미

만성 무배란과 고안드로겐혈증을 특징으로 하며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 형태가 관찰되고, 비만, 인슐린 저항성 등의 다양한 임상 양상을 나타낼 수 있는 증후군.

- 내가 이해한 내용

난소는 매월 성숙한 난포를 1~3개씩 성장시켜 배란한다. 그런데 이 증후군을 겪는 여자들은 난포가 많이 자란다. 여러 개가 한꺼번에 자라므로, 끝까지 자라는 난포가 없다. 난포가 성숙하지 못한다는 것은 배란하지 못하는 것이고, 정자가 들어와도 난자가 없기 때문에 임신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생리불순이 심했던 것과 임신이 되지 않았던 것도 이것 때문인 것 같다고 하셨고, 바로 임신을 시도하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했다.


보통은 피임 없이 1년 이상 임신 시도를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난임’이라고 한다.

우리는 10여 년의 기간 동안 피임 실패율이 높은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으므로 난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정상적인 배란을 위해 배란유도제인 ‘페마라’를 2알 처방해주셨다. 호르몬제이므로 매일 같은 시간에 먹는 것이 중요하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저녁에 먹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해주셨다.


배란유도제(배란촉진제)

-  사전적 의미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가 배출되도록 하여 임신을 돕는 약이다.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 무배란증을 치료하거나 체외수정 등의 보조 생식술에서 과배란을 유도하여 수정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 내가 이해한 내용

난포의 성장을 돕기 위한 약이다. 난임 치료를 위해 주로 클로미펜과 페마라 2종을 처방한다고 한다.

클로미펜은 여러 개의 난포를 성숙시킬 수 있지만, 자궁벽이 얇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페마라는 1~3개의 양질의 난포를 성숙시킬 수 있으며 클로미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고 한다. 원래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약인데 이 약이 배란 장애를 겪는 여성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난임치료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자 상태나 앞으로의 시술 계획에 따라 약을 처방해주시는 것 같다.


상담만을 위한 병원 방문이 아녔으므로 더 큰 난관이 우리를, 아니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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