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중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부분은 자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머리도 약해졌다.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며 생긴 편두통은 내 머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두통이 시작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눈앞이 핑 돈다. 비행기에서 난기류를 만났을 때나 느끼던 어지러움도 함께.
실시간 스트레스 지수 반영은 머리에서 나타나는 편두통, 누적 스트레스 지수는 자궁에서 나타나는 생리불순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통은 내 일상이었으므로, 난임센터에서 처방받아먹은 ‘페마라’로 인한 부작용은 느껴지지 않았다.
부작용을 덜 느끼려면 잠자기 전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프더라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데 두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두통을 물리친걸까.
매일 저녁 알람을 맞추어 두었고 5일간 2알씩 챙겨 먹었다. 아직 배란조차 되지 않았지만 임산부가 된 듯 한 마음으로 생활했다.
출퇴근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열이 많아 잘 신지 않는 수면양말을 신었고,
이불을 걷어내고 자는 습관이 난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싶어 이불을 배에 돌돌 말고 잠에 들었다.
원래 잘 놀라는 내 반응이 재밌어서 한 번씩 깜짝 놀라게 하는 남편의 장난도 멈추었다.
생리 시작으로부터 14일 뒤
처방해준 약이 잘 작용해서 난포가 잘 자랐는지 확인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상 오른쪽 난소에 난포가 2개 자라고 있었다.
와 내가 쌍둥이 엄마가 되겠구나!
지금 생각하면 난포 2개 자란 것은 ‘배란 가능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난포가 당연히 쌍둥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의 예상보다 난포 자라는 속도가 더뎌서 난포 성숙을 위한 주사를 맞고, 다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난포 주사는 일반 주사와 느낌이 달랐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내 엉덩이를 터치한 듯, 주사 부위를 뻐근하게 얼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5일 뒤에 본 초음파에서는 난포가 1개만 보였다.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과 하나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난포를 터뜨리는 주사를 한대 더 맞은 뒤 관계를 꼭 가져야 하는 날짜를 알려주셨다. 병원에서 지정해주는 날짜라니… 조금 남사스러운 숙제를 받았다.
(3일: 배란 전, 배란 예상일, 배란 후)
난포 성숙 주사
난포가 성숙하는데 도움이 되는 주사로 32~36시간 이내 배란이 된다. 이 주사를 맞으면 임신테스트기가 양성반응을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배란일로부터 14일 뒤에 임신테스트기 사용을 해야 정확한 반응을 볼 수 있다.
잘 수정되어 안정적으로 착상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배란일이 다가올수록 배에 가스가 찬 듯한 팽만감으로 살짝만 스치거나 힘을 줘도 아팠다. 내 몸의 작은 증상에도 예민해졌고, 생리 전 증상일 수도 있는 증상들을 임신 극초기 증상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배란 후 9일, 그날따라 괜히 가슴이 더 아픈 것 같아 처음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했다. 난포 주사를 맞았으니 당연히 옅은 두줄이 나왔다.
배란 후 11일, 다시 한 테스트기는 한 줄을 보여주며 난포 주사 영향이 빠졌음을 알려주었다.
배란 후 12일, 얼른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는지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옅은 한 줄과 선명한 한 줄이 같이 보였다.
두 줄이다.
3개월 동안 보이지 않았던 두 줄이 난임 병원 한 달만에 보이다니...믿을 수 없었다.
배란 후 13일, 조금 더 진해진 두줄. 이건 임신이 확실했다.
자주 방문하여 정보를 얻던 임신 카페에 테스트기 사진을 올리면서 임신 여부를 한번 더 확인했다. 익명의 누군가들도 임신이 맞는 것 같다며 축하해주었다.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나는 친정 부모님께, 남편은 시댁에 전화를 드렸다.
“아빠, 전에 생신선물로 사드린 재봉틀 쓰세요?”
“아니, 아직 바빠서 못썼다. 왜~?”
“이제 연습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애기 턱받이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ㅎㅎ”
“뭐????!!! 애기가 생겼냐????? 오매…”
두 줄을 본 그날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고, 양가는 내 임신 소식으로 모두 들떴다.
물론 내가 제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