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의 향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수미 Mar 07. 2024

#책9.『황금 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2018 현대지성

  『황금 당나귀』는 라틴어 원본이 완전하게 전해지는 最古의 소설이다. 원래 제목은 『전 11권으로 된 변신 이야기』이지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제목이 겹쳐 『황금 당나귀』(The Golden Ass)로 불린다.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는 125년(추정)에 북아프리카 카르타고 옆 마다우라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에 아티카에서 성장하고 카르타고에서 법률을 배워 로마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에 다시 카르타고로 돌아와 변호사로 지내다 180년(추정)에 세상을 떠났다. 황금 당나귀의 배경이 되는 텟살리아는 어머니의 가문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황금 당나귀의 시대적 배경으로 로마 황제를 살펴볼 수 있다. 아풀레이우스가 출생했을 때는 그리스 문화에 심취한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이고, 성장할 때는 로마의 평화 시대인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였다. 말년은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였다. 180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죽으면서 현제 시대가 저물고 코모두스와 같이 자격이 없는 자가 황제가 되었다. 아풀레이우스가 지냈던 카르타고는 B.C. 9세기에 페니키아인이 건설한 도시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아이네아스와 디도가 만난 장소이다. B.C. 5~3세기에는 지중해 무역으로 번성하였으나 B.C. 3~2세기에 시칠리아를 두고 로마로 분쟁하며 세 번의 포에니전쟁으로 멸망한다. 율리우스가 카이사르가 독재관이 되면서(B.C. 1) 재건되어 다시 번영을 누리며 수사학, 법률학, 학문연구의 중심지가 되었다.      


  황금 당나귀는 당나귀가 된 루키우스가 겪는 일 년+일 년의 총 이년의 모험 이야기이다. <텟살리아의 히파타 여행에서 시작하여 도둑들 따라 보이오티아로 다시 카리테의 농장으로 갔다가 도망가는 목동들따라 여행하다 시리아 여신 추종 무리에 팔리고 다시 방앗간에 팔렸다가 다시 가난한 청과 농부에게 팔렸다가 로마 병사가 차지했다가, 총독인 티아수스 자유 노예에게 팔렸다가 티아수스를 따라 코린토스에 갔다가 해변으로 도망친 후에 이시스 여신이 인간으로 변신시킨 후에 코린토스에서 이시스 여신 사제가 되었다가 로마에 가서 오시리스 사제가 되는 것으로 마지막으로 급하게 마무리하였다. 루키우스의 모험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주인공이 본 이야기들이 열여섯 개가 들어 있다. 또한 중간에 간혹 그리스-로마신화들이 언급되며 아풀레이우스가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철학 사조와 호메로스식 장소/사물 설명이 곁들어져 내용이 풍성하다.     


  하필 루키우스가 당나귀로 변신한 이유는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먼저 큰 귀를 이용하여 멀리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큰 재산이며 온순한 동물이라 집안에서 키운다. 남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 또 귀족인 루키우스의 이야기에 당나귀를 통해 하층민의 이야기를 더하고, 인간과 친밀한 동물이라 해학과 우화의 주인공으로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성욕이 많은 동물로 알려져서 루키우스가 성욕이 많은 포키스에 지쳐가는 것에 대한 반어적 동물이다.      


  쿠피도와 프쉬케가 처음 등장한 소설로 이것은 작가의 신화창조라 할 수 있다. 「쿠피도와 프쉬케」는 작가가 투영되었다. “어리석고 분별력 없는 프쉬케여”는 “나는 매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젊은 날의 방탕한 욕망(호기심)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로 연결된다. 아풀레이우스가 만든 「쿠피도와 프쉬케」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편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의 민담에 영향을 주어 「미녀와 야수」(보몽 1740)나 「신데렐라」(페로 1697, 민담수록)의 작품에 반영되었다. 먼저 「미녀와 야수」에서 벨은 세 자매 중 막내딸로 언니들보다 착해서 야수의 장미를 꺾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성의 야수와 결혼한다. 나중에 마음 착한 야수가 벨을 집으로 보내주고 혼자 죽어가자 돌아가서 야수와 결혼하고 야수의 마법이 풀리면서 행복한 결말을 얻는다. 프쉬케가 겪는 베누스의 시집살이는 「신데렐라」에서 계모가 신데렐라에게 하는 구박과 같다. 결국 벨과 신데렐라는 고초는 겪지만, 프쉬케처럼 왕자와 결혼한다.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의 『황금 당나귀』에서야 쿠피도와 프쉬케가 처음 등장한다. 그전의 신화집에서는 쿠피도가 어린이만 나온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미국인 토머스 불핀치는 1855년에 서양의 신화들인 그리스·로마·북유럽·게르만 신화를 모아 『신화의 시대』를 출판했다. 『신화의 시대』 11장이 「에로스와 프쉬케」이다.     


  황금 당나귀에는 호메로스가 숨어있다 ‘6장 학식이 가득 담긴 책은 아닐지라도, 그대도 신화의 일부가 될 거예요.’는 『일리아스』에서 헬레네가 헥토르에게 한 말과 같다. ‘9장 호메로스는 오뒷세우스를 소개하면서 그를 최고의 지혜를 지닌 사람으로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수많은 도시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면서” 가장 고귀한 지혜의 미덕을 습득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지극히 옳은 말 같다.’라며 도시를 다니며 모험하는 당나귀를 오뒷세우스에 빗댔다. ‘11권 무사이 여신을 독차지하던 어느 시인이 영감을 받아 작곡한 성가를 부르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 성가의 가사는 인간 최대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었다.’ 이시스 여신의 참가한 시인이 성가를 부르는 장면은 호메로스를 연상시킨다. 그 외에도 ‘6장 마치 토지소유권 소송으로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 같았다.’는 『일리아스』에 자주 쓰이는 직유와 같고, ‘9장 초대받은 대지주의 집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은 『오뒷세이아』에서 구혼자의 최후의 만찬처럼 불길하다. 자주 쓰이는 해가 뜨는 장면은 ’2장 시인들이 말하듯이,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아우로라는 이미 장밋빛 팔을 흔들면서 하늘 위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는 호메로스가 자주 쓰는 ’장밋빛 손가락‘과 같다. 이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극찬한 비유이다.      


  황금 당나귀는 뒤집힌 세상을 그렸다. 신기하게 착하고 바른 사람들은 모두 불행을 겪는다. 고결한 카리테와 틀레폴레무스, 착한 방앗간 주인, 의로운 대지주의 세 아들은 죽고 가난하지만 선량한 청과 재배업자는 당나귀를 빼앗기고 감옥에 간다. 또 나쁜 사람들의 결말도 안 좋다. 잔인한 도둑들, 음탕하고 부정한 여자들, 욕심 많고 염치없는 남자들, 동성애자들(아마도 하드리아누스 황제 이후 그리스의 동성애가 로마에 전파되었을 듯)은 죽거나 감옥에 간다.     

  황금 당나귀는 이후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첫 번째 모험과 판타지이다. 호기심 많은 당나귀가 겪는 마법과 신화의 이야기는 물론 철학적 성찰과 속세의 생활이 잘 버무려져 있다. 두 번째는 피카레스크이다. 피카레스크는 16세기에 스페인에서 유행한 소설기법인데, 독립된 여러 이야기를 수집 또는 나열한 뒤의 끝에는 어떤 계통을 세운 소설이다. 대체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끈다. 대표적으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교훈이 담겨있다. 과도한 호기심은 큰 불행을 준다. 루키우스나 프쉬케가 그렇다. 하지만 반성하면 다시 행복하게 된다고 황금 당나귀는 말한다. 황금 당나귀는 귀족이든 하층민이든 노예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2세기의 로마제국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황금 당나귀는 뒤집힌 세상을 비천한 당나귀의 눈으로 보여주고 이시스 여신과 하얀 옷을 입은 사제나 유황을 통해 마지막으로 세상을 정화한다. 다른 그리스·로마 신이 아닌 이시스 여신을 구원의 신으로 선택한 이유는 방탕한 그리스‧로마 시대의 퇴폐적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스 여신은 풍요와 부활의 상징이다.

(오시리스 : 이집트에 문명을 도입, 동생 세트에 의해 죽었다가 부활, 저승과 재생·부활의 신

이시스 : 오시리스의 동생이자 아내, 세트가 토막 낸 오시리스의 시신을 찾아내어 부활시킴, 풍요의 여신)   

  

  황금 당나귀는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말년(170년경) 작품이다. 젊은 시절 그리스에서 철학을 배우고 변호사로 활동하였지만, 결국은 풍자와 우화로 세상에 교훈을 남겼다. 아풀레이우스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철학과 법이 아닌 이야기의 힘이라 생각했다. 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대를 풍자로 비판하였는데, 아우렐리우스가 죽고 코모두스가 황제가 되자 부도덕의 로마가 된 것을 보면 아풀레이우스가 맞는 것 같다.      


최고의 구절>>

멍에가 씌워진 소들이 땅을 일구게 하라

그러면 마침내 못자리가 풍성한 싹을 틔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8.『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