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익숙한 이별은 없습니다"
바실리오 신부님을 보내며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영화 '헤어질 결심' 중에서)
"샤랑 했고 사랑받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청년부를 맡아 오시던 바실리오 신부님의 이임식이 있는 날이다.
"금요일부터 설레었습니다.
여러분을 만날 주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부님이 '어린 왕자' 속 여우 같은 말씀을 다 하신다.
"오후 4시에 네가 온다고 하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난 바실리오 신부님이 집전하는 청소년 예배에 지난 반년 정도 참석했다. 새싹 신도인 데다가 어르신들 모이는 미사는 아직도 내게 낯설다. 우연찮게 참석한 첫날 이후 주일이면 대개 이 시간을 찾았다.
무엇보다 10대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시는 보좌신부님이 좋았다. 아내는 일찌감치 중저음의 조지 클루니 같은 보이스를 가진 젊은 신부님에 빠졌다.
"제가 신부의 길을 마지막까지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신부님도 흔들릴 때가 있으시구나...
베네치아 갔을 때 들었던 곤돌라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곤돌라는, 흔들리다란 뜻, 흔들리기 때문에 물 위에 떠있을 수 있는 겁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뻗대다가 침몰하는 것이지요...
"울음 참기는 여전히 힘들군요. 세상에 익숙한 이별은 없는가 봅니다...ㅠ"
신부님과 작별하러 가는 날 가난한 내 레코드 라이브러리에 잠자고 있던 CD 한 장을 빼냈다.
'The Priests', 비로소 음반이 진짜 주인을 찾았다.
"지난 연말 한 해를 보내는 미사 끄트머리에서 신부님께서 불러주신 '여러분'을 듣고 아내가 감동했습니다, 언젠가 신부님께서 이 음반 첫 곡인 'How great thou art'를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적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헤어질 결심 일텐데, 우리는 결심도 하기 전 이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