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려우신가?

마니카르니카 가트

by Spero

내가 죽음에 대해 처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것은 군대 있을 때였다.

주일이면 종교활동이 있었다.

법당과 개신교회는 있었는데 성당은 없었다.

따라서 가톨릭 병사들은 미사를 보기 위해 인근 큰 부대로 외출을 하곤 했다.

주말 한나절의 외출이라니!

그 어느 악마의 유혹보다도 달콤한 제안이었다.

기꺼이 사이비 가톨릭 신자를 자처했다.

그렇게 육군 이병 김 이병은 꼬박꼬박 성당 미사를 보러 다녔다.

양심상 성찬식 때 신부님께서 나눠주시는 밀떡은 받아먹지 않았지만,

종교활동을 빙자한 주일 외출은 맛없는 짬밥 배춧국에 가미된 MSG 같은 감칠맛이었다.


병장 진급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그날, 참사가 벌어졌다.


종교활동을 마치고 병사들을 태우고 돌아오던 지에무시(GMC) 트럭이 전복한 것이다.

17명 가운데 11명이 사망한 대형사건이었다.


외박조 편성으로 종교행사에 불참했던 바로 그날이었다.


"월남전 때도 이만큼 부하들이 전사한 적이 없었다."는 부대장의 애도를 뒤로하고 전우들은 그렇게 떠났다.

육군참모총장 지휘서신으로 '전군 외부종교활동 금지' 명령이 하달됐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야간 경계를 위해 신참과 함께 나섰다.

공교롭게도 최근 전입한 개신교 군종병이었다.

세상이 잠든 새벽 시간이었다.

철책 앞에서 내가 물었다.


"문이병~"

"예~이병 문이병!"

"하나만 물어보자. 지난번 사고 있잖냐."

"..."

"... 하나님은 계신 거냐?"

"..."

"계시다면 왜 나 같은 사이비 신자를 데려가셔야지, 왜...거시기...진짜 참된 신도들을 그렇게...만드신 거냔 말이다."

"..."


꿀 먹은 듯 조용하던 군종병이 말했다.


"김 병장님...천국은...나쁜 곳이 아닙니다..."



바라나시 강가에 오면 정예부대 병사들이 도열하듯 웅장한 가트들이 줄지어 있다.

가트(Ghat)는 계단(Steps), 조금 더 확장하면 강과 인접한 부두(Wharf)를 의미한다.

누구는 백 여개가 넘는다고 하고 또 누구는 여든네 개라고 했는데,

보트 가이드가 내게 설명한 숫자는 85개다.

나이조차 숫자에 불과하다는데 하물며 가트가 몇 개인가가 뭣이 중요한가.

수많은 가트 가운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두 개,

하나는 아르띠 푸자 의식이 열리는 다샤스와메드 가트,

다른 하나는 화장터가 있는 마니카르니카 가트다.

뉴델리 간디 박물관 옆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화장터 이름이 라즈 가트(Raj Ghat)다.

흔히 버닝 가트라고 불리는 마니카르니카 가트는 인도 사람들이 동경하는 곳이다.

'죽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중세풍의 사원이 즐비한 갠지스 강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타오르는 곳,

굴뚝에서는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노래하고 박수친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나는 육군병장 김병장이 육군이병 문이병에게 물었던 질문을,

마더 강가에 다시 던졌다.


화장(化粧)한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화장(火葬)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은,

죽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살기 위해 오는 곳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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