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시바에 의한, 시바를 위한

불과 물의 공존

by Spero

바라나시,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도 주인이 있다.

브라흐마, 비슈누와 함께 힌두교 3대 신 가운데 하나인 시바신이다.

시바를 처음 봤을 때, 여신인 줄 알았다.


나만 그런가?

아무리 봐도 내 눈엔 여성이다.

하물며 '파괴의 신'이라니!

바라나시 골목에서 만난, 게스트 하우스 핑크빛 벽에 그려진, 곳곳의 성소에서 스친,

힌두교 제1의 인기짱 시바 신의 모습은 어딜 보아도 여성상이었다.

좁디좁은 골목을 걷다가 만난 '시바 숙소'(Shiva Lodge) 안내 그림이 여행자의 눈길을 잡는다.

"어서 와, 이곳이 너를 편히 잠들게 하는 내 집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혹적이지 않은가?

에밀 싱클레어의 눈에 비친 조숙한 막스 데미안 같은 모습...

Seeing is believing~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때때로 프레이밍은 팩트를 왜곡하고, 진실을 감춘다.

바라나시 블루라씨 골목에서 만난 시바는 그 누구보다도 마초 같았다.

시바는 바라나시 터줏대감이다.

브라흐마가 세상을 창조했고

비슈누가 그 세상을 유지하는 신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시바는 바라나시를 세웠고 지금까지도 바라나시의 주인이다.

다양한 버전으로 나타나는 수 백 수 천의 모습이지만,

미간에 제3의 눈이 있고, 목에 뱀을 감고 있으면,

분명코 그는 시바신이다.

시바는 바라나시를 구한 해결사였다.

노한 강가 여신이 거친 물살로 지상으로 쏟아내려 지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의 머릿결로 거센 물줄기를 분산, 완화시켰다.

그것이 오늘의 마더 강가, 갠지스다.

'파괴의 신' 시바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살리는 생명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바 신의 몸이 파란색인 것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람이 먹어야 할 독을 대신 받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괴의 신이자 창조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라나시는 자연스럽게 시바신을 추앙하는 이들의 성지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강가에서 죄를 씻고, 이곳에서 화장하고, 마침내 천국으로 가길 염원한다.

시바의, 시바의 의한, 시바를 위한,

영생을 바라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

물과 불이 공존하는 바라나시다.


건설을 위한 파괴,

부팅이 안될 땐, 리셋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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