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앞에서 펼쳐지는 불의 제전

아르띠 푸자

by Spero

갠지스 서쪽으로 해가 기울면 사람들은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몰려든다.

아르띠 푸자를 보기 위해서다.

힌디어 아르띠(Arti)는 기도, 자비, 감사를 푸자(Puja)는 빛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아르띠 푸자는 힌두교도들이 신들께 올리는 빛나는 제사 의식이다.

물 앞에서 펼치는 불의 기원이다.

출처 : wikimedia, Ganga Arti at Varanasi ghats


낯선 곳에 갔을 때 볼거리를 통해 느끼는 감정표현은 대체로

"독특하다, 근사하다, 멋지다, 폼난다" 등등의 감탄사들인데,

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 펼쳐지는 의식 앞에서는 잠시 말을 잊는다.

인도 정부는 관광 홍보를 위해 'Incredible India'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내가 관광홍보담당자였다면 'Exotic India'로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그 그림 안에는 보여주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보는 사람들 또한 풍경 안에 가세하고 있다.

이 제사의 백미는 사제가 코브라 모양의 불향로를 흔들며 주문을 외는 것이지만

경건한 제사를 받드는 관중들의 호응이 없다면 공허할 것이다.

사제가 선창 하면 신도들은 떼창 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이지만

혼돈 속 소통의 느낌은 명징했다.

아르띠 푸자를 보며

누구는 경건한 의식 속에서 영생을 꿈꾸는 이상주의자가 되었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갠지스 강물에 방금 목욕한 사람들의 땀냄새를 맡으며 일상에 푸욱 빠져버리고 말았다

바로 옆 마니까르니까 가트에서 모친을 화장했다는 인도인이 말한다.


"어머님은 천국에 가셨을 것이다."


상상해 보라.

한쪽에선 끊임없이 시신이 불타오르고,

또 다른 한쪽에선 그 영혼을 위로하는 의식이 진행된다.

한치 건너 화장터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박수치고 노래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것은 슬픔인가, 기쁨인가,

아니면 흐르는 강물 같은 우리의 일상인가.


로버트 프로스트는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불과 얼음')고 했지만,

이 도시엔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없다.

바라나시에 오면 죽음 바로 곁에서 숨 쉬는 삶이 보인다.


아르띠 푸자는

시신을 띄워 보내는 생명의 강물 앞에서 펼쳐지는 불의 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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