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오늘도 초보는 쓸데없이 힘을 쓴다. 기술은 귀로 들었을 뿐 몸이 기억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움직인다. 스파링 상대를 앞에 두고 쩔쩔매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갈 곳을 잃은 손과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린다.
흐트러진 띠를 다시 고쳐 매는 데도 손이 우왕좌왕한다. 배운 대로 해보지만 모양이 어색하다. 이런 걸 물어보면 초보라고 우습게 보지나 않을까 눈치를 본다. 수련생의 도움으로 겨우 모양을 잡는다. 어디 가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한다. 이런 데서까지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다.
호흡이 턱까지 차오르는 강렬하고 거친 운동이 하고 싶었다. 무료하고 심심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몇 번의 수련을 해보니 이것은 끈질기게 버티는 운동이었다. 상대를 자빠뜨리고 꺾고 넘어서고 이기는 것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내 공간을 내주지 않고 상대의 빈틈에 내 공간을 만들고, 내가 지치기 전에 상대를 지치게 해서 이도저도 못하게 만들고, 멈추지 않고 버티면서 내 흐름을 찾고, 상대방의 흐름을 읽고 내 흐름으로 가져오고, 상대방의 몸짓을 몸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수업을 앞둔 주말 저녁 주짓수 초보를 위한 강의 동영상을 한참 돌려보며 마음을 다졌건만 오늘은 새우 빼기(탈출) 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하룻밤 사이에 없던 능력이 솟아오를 리도 없는데 엉성한 내 몸짓이 부끄러웠다. 스파링 상대로는 심심하기만 할 초보인 나는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하고 구석에 앉아 수련생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매번 헤매기만 해서야 괜찮을까?' '이렇게 뻣뻣해 가지고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밀려왔다. 거침없이 달려들었던 처음의 마음이 고작 몇 번의 수련만에 사그라들었다.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던 초보 수련생에게 현타가 찾아왔다. 버텨보겠다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투르고 뻣뻣한 몸을 자책하고 원망했다. 잘하고 싶은 욕심만 가득한 마음이 앞서 내달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난하고 고된 과정을 건너온 다른 수련생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몸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버둥대는 내 모습이 처량해졌다.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등급과 띠와 기술의 노련함을 단번에 얻어보려는 허영심, 초보치고는 제법 한다는 주목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나를 흔들고 있다. 몸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서둘러 어떤 목표점에 도달하고야 말겠다는 조급함이 생겼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누구와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금세 조바심을 낸다. 다른 수련생에 나를 비추고 평가하고 있었다. 온전히 혼자만 아는 방식으로 몸을 의식하고 나만의 기준과 가치에 따라 수련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야겠다.
더 광범위하고 더 낯설고 더 풍부한 세계로서의 몸, 고유한 복합성을 지닌 세계로서의 몸, 그 무궁하고 찬란한 세계에 느긋하게 나를 내어 맡기고 진득하게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