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o somethin

찜질방에서의 힐링일기

#문화생활 대신 #힐링생활

by 제스민

문화생활이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찜질방은 정신적 환기를 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릴렉스가 필요할 때면 찜질방을 찾는다.

찜질방은 나만의 아지트이다.

집에서 방 안에 혼자있으면 여러가지 생각과 걱정으로 정신이 괴로워진다.

퇴원 후부터 과거의 기억과 현재 상태에 대한 열등감이 계속 찾아왔다.

멈춰지지 않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휴대폰을 보곤 했는데

이것이 습관이 되었다.

휴대폰을 보면 잡생각은 멈추지만 시간도 함께 사라진다.

휴대폰을 보는 것이 영양가 없다고 느끼면서도 제어가 안될 때,

나는 찜질방에 간다.


찜질방은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가 누워있으면 은은한 열기에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잡생각이 희미해진다.

그러다 더워서 답답해질 때쯤 밖에 나와서

구석진 곳에 앉아 을 쓰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참, 글을 쓰기 전에 매점에서 간식을 사는 것은 필수이다.

찜질방에는 식혜, 미숫가루, 얼박사 등 음료 메뉴가 다양하지만

나는 감식초나 석류를 좋아한다. 거기에 훈제란 꼭 추가!

무언가 먹고 싶지만 살찌는 것은 걱정될 때, 걱정을 조금 덜어주는 메뉴랄까


간식을 먹으면서 글을 적으면 글이 잘 써진다.

희미해진 잡생각을 떠오르는대로 적다보면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어가고,

나를 다독이는 쪽으로 글의 방향이 바뀌어간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위로를 받는다.

좀 이상할 수 있는데, 진짜 그렇다.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일기를 쓰면서 마음의 치료가 된적이 여러번 있다.

글은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보따리를 풀어서 보여주고,

나도 몰랐던 숨은 마음상태를 깨닫게 해준다.

나 자신이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게 되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은 글을 쓰다보면 끝에 무의식적으로 나오곤 하는데

그 말을 쓰는 순간 눈물이 흐른다.

나에게는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내가 가는 곳은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곳인데

그래도 불편함을 느낄때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글에 집중할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글을 쓰면서 한바탕 마음을 비우고 심심해지면

을 읽는다.

나는 주로 에세이나 심리 관련 서적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라는 책을 챙겨갔다.(교보문고에서 얼마전에 구매한 미니북이다)


글을 적은 뒤에 읽어서 더 와닿았다.

이 책은 걱정에 대한 조언이 주된 내용이었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세요

위와 비슷한 문구가 반복된다.

최근에 마음에 들어서 산 인사이드아웃2 불안이 볼펜과 함께 찰칵 찍었다.


걱정으로 번뇌하는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 조언이다.


"걱정만 하는 것이 몸과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아는가?

힘든 상황에서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은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

팩트를 정확히 짚어서 말하는 이 문장을 읽고 한대 맞는 기분이었다.

좋은 책은 심리상담 못지 않은 효과가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증막에 들어갔다.

찜질방에 왔는데 찜질도 많이 하고 가야하니까.

뜨거운 한증막을 다녀온 뒤에는

더 낮은 온도의 소금방,옥방,황토방을 돌아다니고

어느정도 머물다 땀이 나면 나왔다.

뜨거운 곳에 있다 나오면 갈증이 나는데 그럴 때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이스방에 들어가서 식혔다가

다시 뜨거운 한증막으로 들어가는 것을 반복했다.


찜질,글쓰기,음악듣기,책읽기... 반복하다보면 서너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휴대폰을 보며 버린 시간보다 의미있게 느껴지고

나의 심리에 좋은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정도 찜질방을 가게 된다.


심리적 환기을 원한다면 질방을 추천한다.

되도록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사람이 너무 북적이지 않는 곳으로.

노트와 볼펜,이어폰,책을 준비물로 챙겨가면 좋다.

피부가 민감하다면 세안•샤워용품,여분 속옷을 챙겨가는 것도.

나는 늘 챙겨간다.

(작은 에코백에 노트와 볼펜,이어폰,책,휴대폰을 넣고 구석진 곳에 두면 사람들이 안 가져간다)


사실 찜질방에 대한 글은 생각치 못했는데

최근에 찜질방에 다녀온 후 정서적으로 느낀 게 좋아서 글을 적게 되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혹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누군가에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

참고가 되길 바라며 적게 되었다.

요즘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어진다.


부정적인 상태를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주어진 오늘을 살아내는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순수하고 따뜻한 영화 <패딩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