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가 Jun 20. 2024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다른 막내가 백기를 들고 일을 그만둔 후에 새로 막내를 뽑아주는 일은 없었고 두 명이 하던 일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몫이 되었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되니까 당연히 업무는 과부하였고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듯했다. 그래도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구나’ 싶은 게 같은 루틴으로 반복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조금씩 나아져 갔고 위에서 지켜보던 선배들은 누가 봐도 무리하게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전에 보였던 악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선의로 잘해주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점차 덜어져만 갔다. 동기 막내가 먼저 나간 것이 나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이다.      


  눈에 띄게 악의에서 선의로 바뀐 선배들의 태도에 선후배 관계도 조금씩 돈독해져 가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나고 선배들의 업무가 끝나면 술자리를 갖는 일이 잦아졌는데 처음에는 둘이서만 가던 술자리를 나까지 껴준다고 하니까 이제야 선배들한테 인정을 받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이나 기뻤고 설레기까지 했다. 

      

  한 번, 두 번 선배들과 술자리가 계속되었고 방송하는 사람들이 술자리와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나는걸 느꼈다. 1차에서 끝나는 술자리가 없었고 1차, 2차에 나이트까지 함께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선배들이야 퇴근하면 그만이지만 나는 퇴근하고 나서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매번 밤새도록 술자리를 함께 해야 하니 점점 이 술자리도 지쳐갔다. 그렇다고 이 술자리에 빠져버리면 ‘다음에 다시 안 불러주면 어쩌지?’라는 걱정 때문에 술자리에서 빠지지도 못하고 점점 몸만 축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매일 새벽까지 술에 취하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숙취로 고생하면서 쌓인 일을 마쳐야 하는 고난의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선배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나날이었다. 

이전 08화 다들 한 번쯤 상사 씹다가 걸려본 적 있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