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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Oct 21. 2024

야외 버라이어티의 막내 업무 1 (녹화 전주)


  첫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 업무가 시작되었다. 2주에 한 번씩 녹화를 하고 한 번의 녹화분으로 2회에 걸쳐 방송이 나가는 레귤러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케줄 또한 고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첫 주에는 회의를 통해서 어떤 콘셉트로 어느 지역으로 촬영을 갈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자료를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 계절에 맞는 음식과 축제 등을 찾고 그와 관련된 지역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했다. 그 지역에 유명한 장소들과 특색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들, 그리고 출연자들이 숙박할만한 특색이 있거나 넓은 공간이 있는 장소들을 찾았다. 한 지역이 아니라 여러 지역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인터넷 자료를 뒤지고 문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자료를 만들고 회의를 시작하면 내가 찾아온 자료들을 대충 훑어보고 피디, 작가들이 의견을 나누며 촬영 후보지들을 추려낸다. 물론 내가 찾은 자료가 아닌 완전히 생뚱맞은 장소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장시간 촬영 콘셉트와 지역을 정하면 사전답사를 준비한다. 사전답사는 여러 지역들을 후보로 보기 때문에 작가들 여럿이 찢어져서 다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인터넷 지도를 열어서 답사루트를 정리하고 각 장소들에 연락을 돌려서 답사를 가겠다는 연락들을 돌렸다.      


  답사날에는 내가 짜놓은 스케줄에 맞춰서 배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그 당시에는 피디들은 모두 편집에 매달려있었기 때문에 사전답사는 보통 작가들끼리만 다녀오고는 했다. 답사 장소들에 도착하면 장소 어레인지를 위해 먼저 사장님이나 담당자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여행사 직원처럼 선배들을 인솔해서 답사 장소들을 둘러보고 공간들에 대한 사진을 다양한 각도로 찍었다. 그리고 다시 선배들을 인솔해서 차에 태우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또 다음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답사하고의 연속이었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답사한 것을 기준으로 답사 회의 자료를 만들었다. 다양한 각도로 찍었던 사진들을 폼에 맞춰서 외관과 내부, 동선 등을 배치하고 장소별로 특이사항들을 적고 이동 소요 시간 등을 정리했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피디, 작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러면 이 장소가 적합한지, 아니면 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지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      


  회의가 끝나면 이번주 방송분에 대한 편집 시사를 한다. 한 편의 방송분을 여러 명의 피디들이 분량을 나눠서 편집하기 때문에 골방 같은 각 편집실을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보고 수정사항이나 추가, 삭제할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이때 나는 편집 구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모자이크 해야 하는 브랜드들이나 출연자가 안전벨트를 했는지 문제 될 장면은 없는지 같은 것들에 더욱 치중해서 보았었다. 내가 편집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런 것들밖에 없었다. 선배들과 피디들이 시사에 대한 코멘트들을 쏟아내면 빠짐없이 시사록으로 기록을 하고 시사가 모두 끝나면 피디들에게 이 시사록을 공유했다.      


  이 과정을 거쳐서 수정을 완료하면 최종시사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이때는 모든 편집 분량을 하나로 합쳐서 웃음더빙이라는 것을 진행했는데 간혹 방송을 보다 보면 방송에 깔리는 웃음소리 나 야유 소리 등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때는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불러서 영상을 보여주고 적재적소에 웃음을 유도하고 야유를 유도하고 감정 섞인 리액션을 유도했었다. 피디, 작가들은 다른 방에서 영상을 함께 보며 마지막으로 방송 분량을 맞추기 위해 줄여야 하는 부분을 체크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브랜드와 문제적 장면들을 체크했다. 물론 시사록은 기본이었다.      


  이렇게 모든 시사가 끝나면 일요일 저녁 6시부터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때는 집에서 실시간 내용 체크를 해야 했다. 당시 경쟁 프로였던 공중파 3사(MBC, KBS, SBS)의 모든 프로그램들의 실시간 내용들을 체크해야 했는데 TV로는 KBS를 틀어놓고 노트북으로 MBC, SBS 라이브를 틀어서 1분 단위로 방송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록을 했다. 그리고 이 기록을 토대로 시청률 그래프에서 어떤 내용에서 그래프가 떨어지는지, 또는 올라가는지를 체크할 수 있었다.      


  1분 단위로 내용을 체크해야 했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은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고 더군다나 3개의 방송을 동시에 봐야 했기 때문에 내용은 적고 있지만 방송이 모두 끝난 후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었다. 거기에 더해서 1박 2일은 당시 <해피선데이>라는 큰 프로그램으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과 함께 묶여있었기 때문에 매주 일요일 저녁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약 3시간여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잡혀있어야 했다.     


  더 이상 나에게 일요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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