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촬영의 첫 장소는 강원도 인제 였다. 5월초 여름에 접어든 날씨는 이미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기 시작했고 반팔 반바지가 필수인 날씨였다. KBS 본관 계단 앞에서 오프닝 촬영을 하고 멤버들이 탄 차가 출발하면 팔로우를 맡은 배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기 시작한다. 목적지는 정해주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목적지에 닿을지는 그들의 자유 의지에 맡겼다.
약 17년동안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1박2일을 거쳐간 수많은 출연자 중에 내가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나영석PD와 강호동의 1박2일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시즌2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 할때였다. 새롭게 출연자들이 교체되었고 성시경, 김승우, 엄태웅, 주원이 새로운 멤버로 투입되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 2012년의 5월이었다.
강원도 인제에 도착해서 이미 선발대로 도착한 카메라팀과 연출팀이 막 도착한 출연자를 맞이 하면서 다음 연출을 이어갔고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서 다함께 레프팅을 즐겼다. 레프팅을 마치고 다 젖은 옷이 잠시만 햇빛에서 말려도 금세 바싹 마를 날씨였다.
낮에 한참 정해진 루트로 시간을 보내고 해질녘이 되어서야 도착한 멤버들은 으레 하듯이 저녁복불복을 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또 잠자리 복불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지금도 잊지 못할 장면이 펼쳐졌다. 카메라 감독들이 일명 대장잠바, 노스페이스 히말라야 패딩을 꺼내 입은 것이었다. 한낮에 더워서 반팔 반바지만을 입고 촬영 했었는데 갑자기 밤이 되니까 대장잠바를 꺼내입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30도를 웃도는 온도였는데 밤이 되니까 10도 내외로 기온이 떨어진 것이다. 이날 바로 깨달았다.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대장잠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제로 이때 밤 촬영을 하면서 대장잠바가 없는 사람들은 모포를 뒤집어 쓰고 덜덜떨어가면서 촬영을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추위에 덜덜 떨면서 촬영을 이어갔고 저녁 복불복 촬영을 밤 10시가 넘어서야 시작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잠자리 복불복은 이미 새벽이 되어서야 시작을 했다. 전날 촬영 준비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내내 밤을 새다시피 했기 때문에 졸음이 무진장 쏟아졌다.
겨우겨우 늦은 새벽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물론 다음날에 출연자들의 기상시간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나서 촬영 준비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꿀맛같은 취침시간에 씻을 생각도 못하고 바로 기절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출연자들의 기상송에 맞춰서 기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