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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Oct 29. 2024

야외 버라이어티의 막내 업무 3 (촬영)

  촬영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지방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BS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대략 새벽 4~6시 사이였다. 아주 먼 지방을 갈 때는 1~2시에 출발할 때도 있었다. 며칠간 촬영 준비로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에 이동하는 2~3시간 동안 불편한 차 안에서 지독한 꿀잠을 자고 일어나면 정말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이미 촬영장소에 도착해있고는 했다.      


  촬영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촬영장소 어레인지를 하고 오프닝에서 필요한 소품들을 챙긴다. 촬영 스태프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면 다 같이 아침 도시락을 길바닥에서 해결을 했다. 이 도시락들은 전날밤 서울에서 싣고 오는데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금방 쉬어서 문제였고 한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밥이 꽁꽁 얼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때 끼니를 해결하지 않으면 점심 식사를 제때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일단 최대한 욱여넣었다.      


  출연자들이 모두 도착하면 드디어 오프닝 촬영이 시작된다. 오프닝 촬영이 시작되는 동안 다음 촬영 장소들의 선발대들이 미리 출발하는데 이때 각 장소별 소품들을 챙기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장소별로 모아둔 소품들을 각 이동 차량들에 실어주고 예비로 쓸 스케치북, 매직 등도 함께 실어 보냈다. 매번 각 차량에 맞게 소품을 챙겨주어도 항상 선배들은 나에게 전화해서 소품의 행방을 묻기 일쑤였다.      


  촬영이 시작되면 나는 보통 출연자를 팔로우하는 본진과 함께 이동을 했다. 촬영장소에 도착하면 선발대로 도착했던 선배들과 PD, 카메라 감독들이 촬영 구도를 미리 잡아놓고 세팅해놓은 대로 딜레이 없이 촬영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나절동안 낮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면 베이스캠프로 들어온다.      


  베이스캠프에 들어오면 저녁식사 복불복 소품들을 세팅하고 저녁식사 복불복 촬영이 시작되면 저녁식사 세팅을 한다. 저녁식사 촬영이 시작되면 잠자리 복불복 소품들을 세팅하고 잠자리 복불복 촬영이 시작하면 잠자리 세팅을 한다. 소품 체크와 촬영 세팅의 무한반복이다.      


  잠자리복불복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잠자리에 들면 첫날 촬영이 모두 끝나는데 이때 시간은 보통 2~3시 경이다. 아무리 큐시트로 시간을 미리 계산해 놓더라도 현장의 딜레이는 항상 그 시간을 상회해 버린다. 가장 심한 경우, 한 여름 해가 길던 시기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자는 일도 허다했다.      


  이렇게 아주 늦은 새벽에 촬영이 끝나면 숙소에서 2~3시간 쪽잠을 자고 다시 촬영장에 나와서 기상미션을 준비한다. 미션 소품들을 세팅하고 기상송을 동시감독님에게 전달하고 출연자들이 기상하기를 기다리면서 또다시 아침식사 세팅을 시작했다. 출연자들이 기상해서 미션을 수행하고 아침식사까지 마치면 비로소 촬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즌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아침식사 후 촬영이 끝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촬영에 대한 긴장감이 모두 풀어진 상태로 슬슬 뒷정리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촬영이 모두 종료되면 다시 배차에 몸을 싣고 서울로 올라갔다. 이제 다음날 본방송 실시간 분당 내용체크가 기다리고 있고 또 새로운 한 주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막내작가의 촬영 업무를 크게 요약하면 소품에서 시작해서 소품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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