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꿈

같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의 이야기

by 나야



오늘도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나는 억지로 오래 잠들려 애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꿈을 꾼다. 전날 본 애니메이션 탓인지 오늘의 꿈은 평소보다 판타지스럽다.

현대 도시를 무대로 한 판타지. 꿈속에서 나는 용신이었다. 사람의 몸을 하고 있지만 용신의 영혼이 깃든 자, 그 눈빛만으로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었다. 원할 때면 영혼을 잠시 다른 곳에 보관해 평범한 인간처럼 보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용신이 단 한 명뿐이라 믿지만, 죽지 않는 존재인 만큼 용신은 곳곳에 존재한다. 언제, 어떻게 태어났는지, 왜 악행을 반복해 왔는지는 알 수 없다. 긴 세월 속에서 기억은 희미해졌고, 꿈은 그조차도 전부 담아내지 못한다.


수차례의 악행을 거듭하던 어느 날, 나는 정찰을 위해 작은 도시에 들렀다. 그곳에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밀려왔다. 더는 악행이 의미 없게 느껴졌고, 이 도시에 속해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기고, 의지할 사람이 늘어났다. 행복을 알게 되었지만, 그 행복은 어쩐지 불안과 함께 찾아왔다.

다음 날, 도시는 소란스러웠다.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자 그 중심에 다른 용신이 서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의 손에 붙잡혀 있는 이는 내 인생에서 처음 사귄 친구였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이 꿈같은 행복이 깨질까 두려웠다. 그 다른 용신의 목적은 분명했다 내가 돌아와 예전처럼 무의미한 악행을 반복하길 바라는 것. 그들에게 악행은 단지 유희일뿐이었다. 친구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은 나에게 끊임없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결국 나는 버티지 못했다. 생애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친구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남긴 뒤, 용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꿈은 끝났다.


깨어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과몰입했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마도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과연 내가 있어도 될 곳인지 확신이 없어서 이런 꿈을 꾸는 건 아닐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삶, 오래 이어진 불안감이 꿈에 반영된 듯하다. 무의미한 악행과 살생은 어쩌면 지금의 내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방식과 닮아 있다. 누구나 사는 삶은 비슷하겠지만, 요즘 나는 공허한 공간에서 방향을 잃고 떠도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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