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기억의 내 역사서

: 아주 주관적인, 오직 나만의 기록들

by 나야

왜곡된 기억의 내 역사서

: 아주 주관적인, 오직 나만의 기록들


나는 서른셋, 독일에 살고 있는 사진 작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돈을 못 버는, 이름 없는 무명 작가다.

사진 미디어 학사 학위는 땄지만, 여전히 취업 시장을 기웃거리는 취준생. 가끔 인스타와 페북에 사진, 설치작업, 그림 같은 걸 올리면서 ‘좋아요’ 숫자에 들쑥날쑥 기분을 맞춘다. 딱, 요즘 흔히 말하는 가난한 예술가의 전형.

졸업 전까지만 해도 달랐다.
난 뭔가 특별한 줄 알았다. “나 독일에서 학교 다니는 유학생이야”라는 정체성만으로도 이미 뭔가 된 줄 착각했으니까. 하지만 졸업장을 받아든 순간 알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결국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
요즘 자서전식 글을 쓰는 사람들 보면 다들 현재 상태를 먼저 깔고 가더라. 그래서 나도 따라 해보는 중이다. 뭔가 있어 보이잖아.

그럼 이제 내 ‘왜곡된 기억의 역사서’를 펼쳐보겠다.


초딩 시절, 그 이전


나는 전라북도 이리(지금의 익산)에서 태어났다. 둘째이자 막내. 성격은… 글쎄, 그냥 “순한 아이” 정도? 엄마 말로는 울지도 않고, 방 구석에 두면 혼자 잘 놀았다고 한다. 순했던 걸까, 멍했던 걸까. 아마 둘 다였을 거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치원 시절 딱 하나만 또렷하다. 같은 반 아이가 혼자 화장실을 못 가길래 내가 데리고 가서 변기에 앉혀주고, 심지어 뒷처리까지 해줬다. 지금 생각해도 왜 하필 그 장면만 이렇게 생생할까. 그게 나의 ‘착한 아이 서사’의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지나친 오지랖이었을까.

어쨌든, 그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나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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