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베데레 궁의 방문 목적은 명확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는 것. 화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감과 찬란한 황금빛 때문에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그림이었다.
실제로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작품 앞에서 발을 뗄 수 없었노라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렸노라고. 그 전설적인 감동의 실체를 확인하러 설레는 마음으로 궁전에 들어섰다.
막상 마주한 〈키스〉는, 솔직히 말해 책 표지나 머그컵, 우산에서 보던 이미지와 너무나 똑같았다. 복제된 이미지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진품의 아우라를 놓친 것이리라. 나의 솔직한 감상은 그저 "똑같네"였다.
궁전 안에는 〈키스〉 외에도 〈유디트 I〉과 클림트의 풍경화들, 에곤 실레의 작품들, 어릴 적 책에서 자주 보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까지 즐비했다. 그중 에곤 실레의 작품들이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불안과 고독, 연인들의 격정적이면서도 위태로운 감정을 담아낸 거친 선들. 클림트의 황금이 세상을 아름답게 덮으려는 화려함이라면, 제자인 실레의 선은 그 포장지를 찢고 나온 인간의 맨얼굴 같았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조차 그의 삶이 얼마나 불행했을지 본능적으로 궁금해질 만큼.
그런데 정작 우리 부부를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전시실을 나서며 마주친 금박 작업 현장이었다. 보통 왕궁의 화려함은 금색 도료로 흉내 내기 마련인데, 벨베데레는 달랐다. 장인들이 문틀 하나하나에 실제 금박을 정성스레 붙이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한참 동안 발을 멈추고 서서, 그 손길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궁전을 나오며 우리는 서로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그 대단한 세계적 명작들 앞에서는 "그냥 똑같네" 하고 시큰둥해놓고는, 엉뚱하게 문틀에 금박 붙이는 구경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어쩌면 문틀에 조심스레 금박을 입히던 장인의 손길과, 클림트가 캔버스 위에 황금빛 애정을 쏟아붓던 그 순간은 본질적으로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사실을 엉뚱한 방식으로, 그러나 온몸으로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