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많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것인데, 나무가 아주 곧고 키가 크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이 메타세쿼이아 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요즘 까치는 집을 보수하기 위해 분주하다. 부지런히 나무들의 잔가지를 꺾어 물고 집으로 가져간다. 봄에 새끼를 낳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리라.
까치의 집수리를 보며, 우리 집의 든든한 파수꾼을 보는 듯하다. 까치가 아니었으면 우리 아파트 단지는 진작에 비둘기의 점령지가 되었을 것이다.
한때 평화의 사절로 귀한 대접을 받던 비둘기는 이제 도시의 부랑자로 전락해 버렸다. 마치 패잔병처럼 공원에서도 쫓겨나 폐병원 마당에 있는 것을 보니 좀 안 됐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비둘기는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밑에 집을 짓고, 우리의 생활 한가운데로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까치와는 생활 영역이 겹치지 않아 공존이 가능하다. 높은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 까치는 우리에게 그렇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가끔 아침에 시끄럽게 떠들 때가 있으나, 비둘기로부터 지켜주는 혜택에 비하면 아주 조그마한 대가다.
비둘기는 아직도 우리 동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까치가 집을 비운 사이 가끔 단지를 염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쳐들어오지는 않는다. 잠시 후 돌아온 까치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날개를 치고 달아난다.
까치는 높은 나무 꼭대기에, 우리는 베란다 안쪽에, 비둘기는 조금 더 먼 폐병원 마당에. 서로의 생활 방식이 충돌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비로소 평화는 찾아온다.
오늘도 부지런히 잔가지를 물어 나르는 저 작은 파수꾼 덕분에, 나의 베란다는 오늘도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