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의 반란
평생 아침잠이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밤늦게 깨어 있는 것이 몸에 밴 탓에,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은 언제나 작은 전쟁이었다. 학생 시절 지각은 거의 일상이었고, 그 벌로 청소를 늘 했다.
교직에 들어서고 나서는 그 전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각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교사가 정작 지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능 시험일이나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면, 전날 밤 잠자리에 드는 것 자체가 공포에 가까웠다. 혹여 알람을 못 들을까, 눈이 안 떠질까,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치다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학교에 늦게 오는 아이들에게 지각 체크를 하고 페널티를 주면서도, 속으로는 그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학창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다.
그래서 은퇴 후 가장 먼저 찾아온 기쁨은 다름 아닌 해방감이었다. 더 이상 알람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그 단순한 자유가 그토록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몸이 먼저 변했다. 평생 애를 써도 안 되던 일이 어느 날부터 저절로 되기 시작한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새벽 여섯 시쯤이면 눈이 떠진다.
서늘한 공기, 거실의 정적, 창밖으로 번지는 어스름한 빛. 아직 세상이 깨어나지 않은 그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그 고요 속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다.
젊은 날 그토록 무거웠던 눈꺼풀이, 이제야 스스로 가볍게 올라온다.
평생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이렇게 저절로 된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한마디 던진다. 진짜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