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가게에서 봄동을 샀다. 요즈음 봄동 비빔밥이 그리 유행이라고 한다. 3,000원어치 샀는데, 큰 거 2 포기가 들어 있었다. 들고 오는 장바구니가 봄동으로 아주 풍성해 보였다.
봄동의 밑동을 먼저 자른 후 노란 속살이 있는 가운데를 잘랐다. 나머지 봄동을 적당한 크기로 만든 후 굵은소금을 뿌렸다. 물도 조금 넣었다. 조금 후면 소금이 봄동의 수분을 가져가 봄동의 숨이 죽을 것이다.
봄동이 절여지길 기다리는 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꼬릿한 냄새가 나는 액젓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양파, 그리고 생강 대신 꿀 생강차를 넣고 양념이 숙성될 수 있도록 두었다. 꿀 생강차를 넣으면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고춧가루와 액젓으로 되직하던 양념이 좀 물어지면서, 꿀에서 나온 윤기가 났다. 양념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봄동이 적당히 숨이 죽었을 때 깨끗이 씻어 양념과 버무렸다. 초록색의 봄동 잎과 양파의 하얀색, 붉은색의 양념이 어우러진 봄동 무침이 되었다.
간을 보기 위해 한 점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더군다나 꿀생강차의 단맛과 은은한 생강의 향이 어우러져 봄동 무침에 깊이를 더했다. 봄동 무침에서는 씹을수록 매콤하지만 혀를 기분 좋게 콕콕 찌르는 듯한 알싸함이 느껴졌다. 요즈음 새삼스럽게 봄동이 유행한다는 것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남편이 먹으면서 한마디 한다.
“예전에는 봄동이 참 억셌는데, 요즘은 참 야들야들하다. 씹는 맛이 있었는데 그건 좀 아쉽네.” “지금은 봄동이 모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것 같아. 굳이 억셀 필요가 없었겠지.”
대답하며 생각에 잠긴다.
남편이 말한 '예전의 억센 봄동'은 살을 에던 겨울 한기와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땅바닥에 딱 붙어 그 시절을 견딘 봄동이었을 것이다.
그 봄동은 땅에서 온 것이 분명한 맛이었을 것이다. 흙과 바람과 추위가 한꺼번에 씹혔을 테니.
하지만 지금은 비닐하우스의 알맞은 온도에서 충분한 햇볕과 수분을 받고 자라났을 것이다. 그런 봄동에게는 부드러움이 더 맞지 않았을까.
비닐하우스 안은 따뜻하고, 바람도 없고, 온도도 알맞다. 다만 그 비닐이 무언가를 함께 막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에는 봄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씹는 데 품이 너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부드러운 봄동은 맛있다. 다만 남편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부드러움이 꼭 나아진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직은 조금 억센 봄동의 끝맛처럼 입안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