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옷을 선물했다.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부신 사람인지 알려주며.
만남은 달콤했다. 누군가 날 선 소리를 해도 상관없었다. 둘만 동의한다면.
세상의 전부였다.
사색하게 했으며, 꿈꾸게 했다.
영원하리라 믿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시간이 흘렀다.
찬바람이 불고, 추위가 몸과 마음을 얼렸다.
온기가 사라지자 견고해 보이던 옷의 솔기가 툭, 터져버렸다.
터진 틈 사이로 시린 바람이 파고들었다.
잘못 본 것이라 믿으며 터진 실밥을 다시 밀어 넣었다.
기분을 맞추기 위해 좋아할 만한 말을 고르고,
내 안에서 차오르는 말들은 꾹꾹 삼켰다.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는 것이,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사실은 나를 깎아 맞추고 있었지만.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이 되기 위해 나는 기꺼이 그 옷에 나를 구겨 넣었다.
겨드랑이가 쓸리고 숨이 차올랐지만,
그것이 사랑의 무게라 착각했다.
내 체온이나 숨소리에 맞춰 옷을 고른 적이 없다.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풍경을 위해 옷을 입혔을 뿐이다.
옷을 입은 '내'가 아니라,
그 옷을 입고 자기를 우러러보는 '나'라는 이미지를 소유하고 싶어 했다.
마주한 거울 속에는 옷만 남아 있었다.
그 안은 비어 있었다.
그 아름다운 옷은 처음부터,
오직 누군가를 위해 재단된
무대 의상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