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갑자기 대성통곡하는 이유

by 정희

하지만 위대한 순간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딸아이가 들려준 이야기다.

아이들은 가끔 아주 작은 상처를 핑계 삼아 보건실에 와서 엉엉 운다고 한다. 처음엔 딸도 당황해서 왜 그러는지, 많이 아픈지, 싸웠는지 물었지만 아이들은 그저 울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도 자신이 왜 우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그럴 때 딸은 일단 잠시 다독여주고, 그래도 울음이 멈추지 않으면 인형을 품에 안겨주며 말한다. "침대에서 실컷 울고 가렴."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참을 울다가 이내 "이제 갈게요" 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간다. 걱정되어 교실에 몰래 가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들과 잘 놀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둘째로 아들을 낳고 병원에 있을 때, 남편이 득남 축하를 받느라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게 되어 좀 늦는다는 전화를 했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뭔지 모를 서러움이 복받쳐 몇 시간을 울었다.

병원은 난리가 났다.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어디 아픈지, 왜 그러는지 물었지만 마땅히 설명할 말이 없었다.


"남편이 득남 축하받느라 좀 늦는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참으로 궁색한 대답이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울음을 그쳤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급성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것 같다.

30여 년 전만 해도 산후 우울증이라는 개념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의사도 난감해하다 그냥 돌아섰다. 당시 나는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았고, 육아 부담, 빠듯한 살림, 시댁과의 갈등까지 겹쳐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아이를 낳고 난 직후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이리라.


보건실 침대에 엎드려 실컷 울고,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 친구들과 잘 노는 아이들. 그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너무 힘들 땐 그냥 실컷 우는 것도, 삶에 지지 않고 버티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