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by 정희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를 떠나, 땅에서 발을 띄우는 일

너무 거대한 주제라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했다. 노래와 시의 단골 주제이자, 인류의 영원한 난제.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만 여기서는 가족, 이웃, 동료 같은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좁혀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사랑을 '나에게서 탈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내 필요, 내 욕구, 내 시선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의 우주로 바라보는 것.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나의 욕망은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사는 단단한 땅이기 때문이다. 그 땅에서 발을 띄우는 것.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많은 경우, 우리는 상대방을 관찰할 때조차 '나의 필요'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본다. 상대방이 내 욕구 중 무엇을 채워줄 수 있는지부터 살핀다. 심지어 상대방을 '내 욕구에 맞게 길들이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 통제의 가장 일상적인 형태가 잔소리다. 나는 잔소리가 곧 통제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바꾸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다.


교사로 일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 선생님은 엄청난 잔소리꾼이었다'라고 기억할지도.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한 한 땅에서 발을 띄우고, 아이를 투명하게 보려 했다. 그것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내 욕심을 담은 잔소리를 쏟아낸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의 표정을 봤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땅에 붙어 있었다.


오늘도 나는 발을 띄우는 연습을 한다. 완전히 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만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