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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19. 2023

쉬지 않고 Tmi를 말하는 아이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새로 맡은 학생은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는 남학생 성준이입니다.

성준이는 쌍꺼풀이 있고 속눈썹이 마치 뷰러를 한 듯이 위쪽으로 컬이 말려 올라간 예쁜 초롱초롱한 눈이에요. 키는 또래 친구들보다 살짝 큰 편이에요.



동생이 한 명 있고요, 동생의 별명은 초코맨이래요.

초콜릿을 좋아해서 빵에도 누텔라를 발라먹고 우유는 무조건 초코맛을 고른다네요.

그리고 자기를 너무 좋아해서 맨날 방에 들어온다고 아주 귀찮아 죽겠대요.



성준이는 태권도 2품이에요. 띠도 저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자랑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2품 딸 때 많이 힘들어서 그만뒀대요.

근데 성준이는 힘든데 참고 2품도 따고 이제 3품 도전하고 있대요.

태권도장에서 멋진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도 있다고 하고요.




가장 친한 친구는 같은 6학년 2반이었던 15번 이민호래요. 

민호는 자기가 좋아하는 성격이라 친해졌다고 하고요.

중학교도 같은 곳으로 진학하게 되었다면서 같은 반 되고 싶대요.



중학교 예비소집도 다녀왔는데 지금 6학년 2반 애들 중에서 21명이 임시 반배정에서 같은 반이라면서 이 반이 확정이냐고 묻더라고요.

아마 다시 바뀔 거라고, 그러면 다른 초등학교 출신 친구들도 섞여서 같은 반이 될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배정받은 중학교 교복을 사러 갔대요. 

성준이는 동복 재킷(우리는 교복 마이라고 많이 불렀던)을 꼭 입어보고 싶었는데, 해당 학교의 교복은 재킷이 없고 후드집업만 있어서 아쉬웠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마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가장 큰 로망 중 하나가 교복이라 그런 것 같아요.

어른 느낌이 나는 정장 스타일의 옷을 처음 입어보는 거니까요.

저도 중학교 입학할 때 제일 좋았던 것이 교복 넥타이 매는 거였어요.

체육복은 두 벌이나 샀고 바지는 길이 수선을 맡겨서 며칠 뒤에 찾기로 했대요.




지난 12월 22일이 성준이 생일이었는데 가족 여행을 갔대요. 

그때 박물관에 가서 구경하고 자석 2개를 샀대요.

1개는 생일 선물 명목으로, 1개는 가족 여행 기념으로요.

그리고 여행 갔을 때 온수가 잠깐 고장이 나서 찬 물로 씻어야 해서 너무 추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인지 성준이는 지금도 콧물이 조금씩 나요.




수업을 하다가 지문에 Amy가 등장했는데 아미라고 읽어서 한참 웃었어요.

지문에 Caffeine도 나왔는데 카페인이 뭐냐고 물어보길래,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인데 잠을 깨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랬더니 여행을 갈 때 아빠가 운전하면서 항상 커피를 달라고 하셨대요. 

자기도 마시고 싶어서 엄마에게 여쭤보니 카페인이 많아서 성준이는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지난번 수업에서 제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하길래 긴장하고 무엇이냐고 물었어요.

주섬주섬 파란색 상장케이스를 꺼내더니 졸업할 때 영어 우수상을 받았다고 보여주더라고요.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고요.

지난 시간 숙제를 채점하는데 다 맞았길래 또 칭찬해 줬거든요?

그랬더니 "선생님 제가 영어 우수상 받아서 이렇게 다 맞았나 봐요.

영어 우수상 못 받은 친구들은 틀릴 텐데 말이에요. 그렇죠?"하고 엎드려 절 받고 싶어 하길래 넙죽 "역시 성준이지~" 하고 절 해주었습니다.



설 연휴 때는 할머니댁에 간다고 하는데 가까이 사신대요. 전에는 옆 도시에서 살았는데 그때 친했던 친구들도 아직 연락한대요. 게임은 로블록스도 하고 가족끼리 보드게임을 자주 한대요.




지금까지 제가 쓴 모든 이야기는 성준이와 단 두 번(!) 수업을 하고 듣게 된 이야기예요.

정말 Tmi 대마왕이죠? 



아마 수업을 다섯 번 정도 하면 성준이네 가계도, 수저 개수, 돌잡이 때 잡았던 물건, 게임 닉네임, 아침에 먹은 메뉴, 지난여름방학 때 휴가 갔던 바다에서 본 해파리 모양, 수학 학원에서 친구가 틀렸던 소인수분해 문제... 성준이 몸의 세포 개수까지 알게 될 지경입니다.




혹시 수업 시간에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학생을 다루는 방법을 아시는 선생님 계신가요? 수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는 자제하자고 했는데도 제 말을 멈추고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웃긴 에피소드도 많아서 저도 재밌긴 하지만, 저는 수업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고수 엄마 아빠...! 꿀팁 부탁 드립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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