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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17. 2023

팝콘뇌가 싫어서

팝콘 브레인 (popcorn brain)을 아시나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디지털 환경에서 접하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뇌를 뜻합니다.


팝콘이 팍! 하고 터지듯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되는 뇌라는 뜻이지요.


트위터나 각종 커뮤니티에 사람들의 주목을 이끄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도파민 터진다', '도파민 천국' 등의 댓글이 달립니다.


팝콘 브레인을 설명하기 좋은 예시입니다.






혹시 'ㄹ자놀이'를 아시나요?

오타가 아닙니다.


발음하면 리을자 놀이.

이 놀이를 아신다면 저와 너나들이할 수 있는 동년배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놀이를 모르십니까? 그렇다면 쉬운 예로 '얼음땡놀이'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오프라인 전용(?) 놀이들은 전부 한 게임 당 어느 정도 상당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육체적인 활동을 동반하므로 서로 간의 스킨십도 있을 수밖에 없지요.


한 판당 적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십 분이 흘러가는 동안 아이들은 땀과 우정을 녹여냅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근데요. 요즘 아이들도 이 놀이들을 하며 자랐을까요?








2000년대 이후, 특히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진짜'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일례로, '아이폰 3gs'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던 해가 2009년입니다.


2010년생들은 그야말로 본인의 탄생을 부모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카카오톡'으로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을 만큼 디지털에 휩싸여서 자라온 세대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에 능숙하다 못해 그렇지 않은 세계를 상상하기 힘들어하고요.


실질적인 대면 보다 온라인 속에서의 소통을 더 편안해하지요.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약 3년간을 '대화 자제', '만남 자제', '마스크 착용 의무'에서 살았으니 오죽하겠습니까.


비단 이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이 Gen Z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역시, 지난 3년간 무엇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을까요?


당연히 손바닥 만한 핸드폰 화면 속 세상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역시 유튜브와 각종 OTT(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겠지요.


특히 유튜브 숏츠와 틱톡의 강세가 한바탕 휩쓸고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싸이월드에서 '눈물 셀카'와 함께 감성 글을 지어 올리고,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을 읽으며 -_-^ 감정 표현의 ㅠ0ㅠ 상징을 추종했던 세대는 긴 호흡의 집중이 낯설지 않습니다.


앉은자리에서 인소(지금은 웹소설이라는 명칭이 있지만 그때는 인터넷 소설, 줄여서 인소라고 많이 불렀습니다.) 단행본 한 권을 집어삼킬 정도의 집중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1분이 넘어가는 남의 인스타 스토리 끝까지 보나요?

10초도 안 보고 넘깁니다. 

친한 친구나 되어야 의리로 5초 정도 봐줍니다.


유튜브에서 레시피 찾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시나요?

타임라인 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장면 그래프가 높은 쪽을 찾아 거기부터 봅니다.


유명 가수들의 댄스 챌린지는 가장 신나는 후렴 부분의 10여 초만 반복 촬영되어 틱톡 뉴스피드를 점철합니다.






저는 10대 때 '늑대의 유혹'을 읽고 20대 때 싸이월드로 '일촌'을 잔뜩 만들며 30대 때 틱톡과 유튜브 숏츠에서 아이브의 'Love Dive' 챌린지를 보게 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어? 이거 뭔가 잘 못 된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유튜브에서 쓸데 없는 연예인들 가십거리나 찾아보고,


필요한 것이 없는데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뭔가 '도파민'도는 것이 없나 승냥이처럼 살펴보고,


인스타에서 가지도 않을 '서울 한우 오마카세 Top 10'을 보고 있더라고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오직 제 엄지 손가락뿐이고 뇌는 그저 짜릿한 전기자극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개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 이럴 수가.


이대론 안 돼.


어느 순간 깨닫고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5권 빌리면 보통 3권 읽고 나머진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긴 하는데요.


그래도 훨씬 생각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예전엔 유튜브에서 '주입해 주는' 연예인들 영상만 보니까 스스로 생각할 것이 없어서 멍텅구리가 되는 것 같았달까요?


지금은 책을 펴고 내가 '스스로' 활자를 머리로 삼켜야 하다 보니 생각 공장이 드디어 오랜 녹을 없애고 가동하는 느낌이에요.


게다가 책을 덮으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작'해요.


최근에는 SF 소설을 '읽고'(능동적 행위),

스스로에게 작품에서 파생된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고'(능동적 행위!),

그에 대해서 글까지 써(능동적 행위!!!) 봤습니다.


와.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촤르르.

이래서 독서하나 봅니다.


오늘은 SF만 5권을 빌려 왔습니다.

그럼 전 후라이데이 북스 나잇을 하러 이만!



아잇 신나!



▽ 위에서 언급한 SF 소설을 읽고 쓴 글이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4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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