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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23. 2023

나의 첫 회식은 여의도 켄싱턴 호텔 런치 뷔페


첫 회식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치 첫사랑이 처음으로 쌍방이 한 사랑인지, 짝사랑도 포함하는 건지, 처음으로 '가슴앓이'를 할 정도로 아파서 기억에 남는 것인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요.


우선 이 글에서의 첫 회식은


1. "첫 정규직" 회사에서
 2. 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동기들 다 같이 임원진이랑 하는 회식 말고 "팀 배치" 받은 후의 회식


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전에 인턴 및 계약직을 세 군데에서 했어요.

(알바 포함하면 더 많지만, 그건 빼기로 하고요.)


첫 번째 회사는 작은 온라인 마케팅 스타트업이었습니다.


3학년 마치고였나? 1년 휴학을 내고 여기서 인턴사원으로 약 4개월 간 근무를 했어요.


뭐 배민, 토스, 당근마켓 등의 어플들이 나오기 시작한 후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멋진 명칭도 대중화가 되었는데요.


제가 인턴을 하던 시기에는 그런 멋진 말도 없었고 작게 시작하는 회사들을 '벤처기업'이라는 말로 불렀습니다.


좀 올드한가요.

뭐 제가 리터럴리 올드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 회사에서 하던 일은 블로그 마케팅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여러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의 의뢰를 받아, 맛집 블로거를 모집해서 해당 식당으로 보내줍니다.


그럼 식당에서는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요.


블로거는 식사를 하면서 사진을 예쁘게 찍어 다녀온 후에 본인의 블로그에 맛집 후기와 홍보를 포스팅하는 일이요.


지금은 음식이든 물품이든 무언가를 무료로 제공받고 그를 홍보하기 위해 포스팅을 할 때 "무상으로 제공받고 쓰는 후기"라는 식의 문구가 들어가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인턴으로 일 할 때만 해도 오래전이라, 그런 문구 없이 마치 "내돈내산"한 것처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첫 회사의 모습과 내 자리. 강남역 근처의 한 오래된 주택빌라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 사진 왼쪽의 빨간 문이 화장실이다.. 똥싸면 소리 다 들림 ㅎㅎㅎ


그 땐 PC카톡이 없을 때라 업무를 네이트온으로 했다... 네이트온을... 아시나요....? ㅎㅎㅎ


여기서는 중간에 회사 자금 융통이 잠깐 안 되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대표님이 직원들 모두 모아놓고(약 10명 남짓) 다음 달에 회사 폐업하겠다고 선언도 했었고요.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폐업하지 않고 지금도 무탈히 계속 운영 중에 있고요.


다만 저는 월급이 밀리는 곳은 절대 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4개월 근무 후 퇴사를 하였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여기서도 마케팅전략팀에서 일했어요.


이름은 멋지지만 제가 하는 일은 그냥 알바랑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각 팀에서 주간 업무 보고를 보내오면, 그것들을 한 파일로 취합하여 글자 자간과 문단 들여 쓰기 따위를 맞추는 일이지요.


교정, 교열과 비슷한 개념일까요?


지금은 공사가 원주혁신도시로 사옥을 옮겼지만 저는 종각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중구 다동에 있을 때 근무를 했었습니다.


지금도 이 보직(?)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세 번째 회사는 메가스터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근무했던 기업은 계열사인 메가MD에요.


의전, 치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여기서도 마케팅팀에서 있었어요.


오. 생각해 보니 참 작은 역할이었지만, 마케팅 쪽에 진심이었네요.


인턴이 3명이 있었는데요.


각각 사수 개념으로 대리님들이 있었어요.


마케팅 관련 업무들을 하면서 대리님이 지시하는 업무들을 수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일 재밌었던 것은 팀 MT를 갔던 거예요.


가서 인턴 3인방이 요리 대결을 했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제가 몇 등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자, 드디어 대망의 "첫 정규직" 회사는요.


여의도에 있었던 외국계 마케팅리서치 회사였습니다.


이 분야 저 분야 마케팅 찍먹을 많이도 했네요.


처음 입사하고 나서 신입사원 연수를 3주간 받고, 배치받은 팀의 내 자리에 신입사원 환영 키트(대부분 문구류, 회사 로고가 박힌 컵 등)가 놓여 있어서 들뜬 채로 사진도 찍고 팀원분들과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팀에는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 사원선배, 그리고 저 막내. 여섯이었어요.


부장님과 대리님이 파트너, 과장님과 사원선배가 파트너, 그리고 저는 차장님의 파트너로 새싹 연구원 딱지를 붙이고 회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팀배치 다음 주쯤 제가 팀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는 회식으로 점심 회식을 했어요.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던 여의도 켄싱턴 호텔의 런치 뷔페를 먹었습니다.


대학생 때에는 빕스나 아웃백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


"서울 3대 업무 중심지" 중 하나인 (강남, 광화문을 잇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호텔 뷔페"를 간다는 것에 코 끝이 찡했습니다.



흑. 어무이.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나 서울에서 정장 입고
일하는 회사원이야. 흑.



멋진 어른이 된 느낌. 게다가 회식이라니.


사실 취준생일 때에는 회식에 대한 로망이 컸거든요.


찐~한 으른들끼리, 찐~하게 야근 때리고, 찐~하게 삼겹살에 쐬주 탁!


점심 회식을 하면서


'와. 점심 회식~~~?? 우리 팀은 깨어있는 팀이다. 꼰대 팀이 아니라고!'


하는 근본 없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요.


햇병아리 신입사원이니 첫 회사에 얼마나 많이 정을 쏟았을까요.


지금 제가 생각해도 그 시절 제가 귀엽습니다.


음. 모종의 이유로 이 "첫 회사"도 입사 후 4개월 뒤, 제 생일날, 러시아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한항공 비행기의 비좁은 화장실에서 펑펑 울면서 퇴사를 결심하고 3주 만에 초고속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연이 길어서 나중에 다른 글로 엮어 보기로 하고요.


지금은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호텔 뷔페에, 가슴 설레며 스스로 뿌듯했던 그 시절을 돌이켜 봅니다.


첫 회식.


처음이란 건 다시 할 수 없는 거니까, 이렇게 기억에 오래 남나 봅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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