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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24. 2023

핫! 뜨거운 동침


가스비가 미친 듯이 오른다.

나는 심각한 수족냉증이다.

보일러는 최소한으로만 튼다. (잉?)


겨울철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게 될 때, 현관으로 들어가자마자 훈훈한 기운이 느껴지면 부럽다.(물론 나도 집에 손님이 오면 난방을 훈훈하게 튼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에 난방을 과하게 틀고 집에서 반팔 반바지로 다니기도 한다. (이건 솔직히 좀 낭비가 아닌가 싶다. 개인에게도, 지구의 환경에게도.)


나는 우리 집에서 털실내화를 신고 긴 추리닝 바지를 입고 반팔을 입은 뒤 그 위에 기모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다.


미련하게 아낀다.


바닥 난방은 보통 8시간에 20분씩 예약으로 돌린다.


가끔 한파가 몰아닥치는 며칠간은 6시간에 20분 예약으로 바꾼다.


그렇게 겨우내, 우리 집은 하루에 3번 내지 4번, 20분씩 보일러가 돈다.






털실내화를 신어봤자 발이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털실내화 안쪽이 내 발의 냉기로 같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땐 양말을 신는다.


의외로 수면양말은 발이 안 따뜻해지고, 역시 양말이 되려 차가워진다. (어떤 의미론 내 발의 냉기가 위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일반 양말을 신어야 훨씬 효과가 좋다.


잠을 잘 때는 전기장판을 십분 이용한다.


보통 침대에 들어가서 잠들기 직전까지 최고 온도로 뜨겁게 지지고, 잘 때는 끄고 잔다.


한파 때는 새벽에 잠깐씩 깨서 수면으로 틀고 자거나, 잠깐 틀어뒀다가 다시 끄고 잔다.


이건 아끼려고 한다기보다 전자파 걱정이 되어서다.


전기장판을 켠 뒤 침대 옆 벽을 만지면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 어김없이 든다.


몸에 이 전기가 지나가는 게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이번 겨울부터는 핫팩을 십분 이용하기 시작했다.


나의 절약정신은 우리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다.


엄마는 겨울마다 나처럼 전기장판을 조금 틀었다가, 자기 전에 핫팩을 터뜨려서 이불속에 넣고 잔다고 했다.


그러면 이불 안에 온기가 훈훈해서 꽤나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엄마 말을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나도 해봤다.


오? 효과가 좋다.


너무 가까이에 두고 자면 자는 동안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이불로 핫팩을 감싸서 몸 곁에 대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 두고 잔다.


나와 말 그대로 동침한 핫팩은 아침까지 후끈한 것은 물론, 기상해서 바로 그날 입고 외출할 외투 주머니에 넣어 두면 그날 하루 종일 따뜻하다.


포장지에는 18시간 지속이라고 쓰여 있지만, 외기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주머니나 이불 안 쪽처럼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 보관된다면 24시간 까지도 손으로 잡으면 뜨거워서 금방 놓을 정도로 충분히 열기가 지속된다.


그날 이후로 매일매일 핫팩을 터뜨린다.


물론 이렇게 해도 이불 바깥면은 찬 기운이 서려 있고 얼굴과 코 끝은 시리다.

(수족냉증처럼 비냉증(?)인지 코도 유독 다른 사람보다 차갑다. 그래서 남편은 나를 찬코배기라고 놀린다.)


실제로 이불 안에서 찜질하던 손을 잠깐 꺼내 얼굴을 만지면 엄청 차가워서 놀란다.


어떤 여배우는 피부 관리를 위해서 뜨거운 물로는 절대 세수도 안 한다고 하던데, 뜨겁지 않고 차가우면 뭐 피부에는 더 좋지 않을까 하면서 생각한다.






한 일주일 전쯤 날씨가 꽤나 훈훈해졌길래 과감하게 바닥 난방을 껐다.


처음엔 꾸준히 온기를 돌리던 바닥이니까 난방을 꺼도 이미 머금고 있는 온기가 있어 살 만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바닥이 냉골이 되었길래 두 손 두 발 들고 다시 8시간마다 20분씩 예약을 돌려놨다.


정확한 계기는, 각 방마다 비치해 둔 전자시계 겸 온도계의 수치를 확인해 보니, 세상에.


17도다.

충격 먹고 난방을 켰다.


일본에서는 온돌식 난방이 없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겨울철 집 안의 실내온도가 10도인 경우도 있다 하던데 진짜 집에서 추위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올 법도 하다.


17도만 되어도 추운데.





대학생 시절, 언니가 자취를 한 적이 있다.


언니는 총 두 곳의 자취방을 경험했는데, 그중 하나는 옥탑방이었고 하나는 반지하였다.


옥탑방은 불법 건축물인 데다가 외풍이 심하고 단열이 잘 안 되는 방이어서 정말 방 안에서 입김이 나왔다.


가끔 언니의 자취방에 가서 잘 때는 엄격한 순서에 따라 자야 했다.


잠옷을 입은 뒤, 패딩을 평소처럼 등 쪽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배 쪽으로 입어서 [ 침대 매트리스> 내 몸> 패딩> 덮는 이불 ] 순으로 껴입고 잤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하하.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던데.


골병들어 몸 상할 정도의 고생이 아니며 정말 추억이 된다.


엄마 아빠,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때는 정말 어떻게 살았을지 가늠이 안 된다.


지금 내 후드 앞주머니에는 어젯밤에 뜯은 핫팩이 여전히 24시간째 뜨거운 채로 나를 데우고 있다.


이 핫팩을 식탁에 꺼내 두는 순간 급격하게 식을 것이다.


어쩌면 추위를 가장 많이 타는 건 핫팩일지도 모른다.


따뜻한 옷이나 이불속에만 있고 싶어 하는 핫팩. (부럽군.)


그렇지만 어제의 핫팩은 안녕.


오늘은 새로운 핫팩과의 동침이 기다린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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