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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28. 2023

[채용공고] 글쓰기 일용직 (투잡환영, 장기근속 우대)

채용공고 


직무: 글쓰기 일용직 

근무시간: 하루 중 아무 때나 편한 시간 

근무장소: 재택근무 가능, 전국, 전 세계 등 본인이 원하는 장소 근무 가능.

근무내용: 자정이 넘어가기 전 한 편의 글쓰기

우대사항: 꾸준하고 성실하신 분. 장기근무 가능자. 본업 있으신 분 투잡 겸업 가능.

복리수행: 창의력 향상, 문장력 개선, 관찰력 증진, 치매 방지, 장기근속 시 정규직 전환 





저는 글쓰기 일용직입니다. 


소재를 찾아 하루 벌어 하루 쓰고(spend 아니고 write) 삽니다. 


매일마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안테나를 켜고 소재를 찾는 승냥이입니다. 


지금은 하루살이 신세인데요. 


제가 조금만 더 있으면 글쓰기 정규직이 될 것 같거든요. 


근데 이 일용직 자리가 꽤나 꿀알바라 그냥 모르는 사람에게 넘겨주긴 싫고 제 글을 읽는 여러분한테 넘겨드리고 싶어서요. 


원래 진짜 신의 직장은 공채로 안 뽑고 알음알음 인맥 통해서 들어가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일단 제가 해보니까요. 


제일 좋은 건 내 삶에 관심이 생겨요. 


이게 내가 하루마다 소설을 써내고 할 수는 없으니까 보통 일기나 에세이 형식으로 쓰게 되거든요. 


그랬더니 이전에는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갱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시간들과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래 사이 반짝 빛나고 있는 조개껍데기처럼 보이기 시작해요.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순간을 사는 느낌이랄까요? 


또 좋은 점은 기록이 생겨요. 


생각은 지나가고 휘발해요. 


기록은 쌓이고 영구적이에요. 


어린 시절 쓰던 일기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나요? 


우리 엄마는 저 키울 때 썼던 육아일기도 가지고 계시고요. 


저 역시도 초등학교 다닐 때 썼던 일기가 본가에 있어요.


20년 전에 쓴 글이 아니더라도, 싸이월드만 들어가 봐도요. 

진짜 재밌어요. 


'내가 저 나이 때에 저런 생각을 했구나.'


'저런 표현을 어떻게 썼지?' 하면서 놀라요. 


내가 쓴 글인데 스스로 감탄해요. 


글쓰기 일용직도 계속 써서 기록을 누적해 나가면 나중에 보고 기특하거든요. 


며칠 전에 쓴 글만 봐도 신기하고 그런데, 한 달만 지나서 봐요.


한 달 전에 내가 이런 글을 썼네! 너무 잘 썼다!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게 스스로 칭찬하게 된다니까요. 


하루 전에 쓴 글은 좀 구리고 부끄러운데, 한 달 지난 글은 되게 새롭고 참신해서 그렇게 돼요. 


세 번째, 근력이 생겨요. 


막노동을 하면 일근육 생기잖아요. 

손에 굳은살 배기고요.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글쓰기 근력이 생겨요. 


글쓰기는 당신이 누구라도 도움이 됩니다. 


회사원이신가요? 

맨날 보고서 쓰시겠네요. 


중요하지도 않은데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게 위에서 지시 내려온 대로 장표 꾸려야 하잖아요. 


보고 자료 써야 하잖아요. 


두말하면 잔소리죠. 



자영업자이신가요? 

홍보하셔야죠. 


전단지를 만들든 블로그를 하든 스마트 스토어 상세페이지를 쓰든, 심지어 아르바이트생 고용하면 쓰는 계약서에도 정확한 단어 사용해서 불미스러운 일 없게 하셔야죠. 



학생이신가요? 

학교 과제 중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습니다. 


물론 인문대, 상경대에 비해서 자연대나 공대는 적겠지만요, 


언제까지 학생이실 거 아니잖아요. 


회사원 아니면 자영업자 되실 거니까 위에 써 둔 사례에 해당합니다. 



취준생이신가요? 

아이고. 우리 중에서 제일 글쓰기 중요한 분 나왔네요. 


자기소개서 쓰셔야죠. 


이력서 정리하셔야죠. 


면접 준비 하면서 예상 질문 답변 작성하시고 연습하셔야죠. 






자. 우리는요. 


글쓰기 금수저로 태어나질 않았어요. 


글쓰기 일용직부터 시작을 해야 돼요. 


우리는 사실 주인공이거든요. 


영웅서사 보세요. 


애초에 금수저로 태어나서 잘 된 영웅보다는 어릴 적부터 밑바닥 고생 깨나하면서 올라가는 영웅을 사람들은 좋아하잖아요. 


우린 삶의 주인공으로 태어난 이상 기꺼이 이 글쓰기 일용직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글쓰기 정규직이 되고요. 


글쓰기 사장님이 되고요. 


글쓰기 지존이 됩니다. 


금수저들은 가만히만 있어도 상속받아서 부가 쌓여요. 


근데 글쓰기는 금수저가 없어요. 


안 쓰는 사람은 글이 쌓이질 않아요. 


그냥 없어요. 그냥 안 쓰면 없는 거예요. 


써서 잘 된 사람 수도 없이 많은데, 뭘 써서 망했다는 사람은 빚보증 계약서 쓴 사람 밖에 없어요. 


아니 한국 사람이 의심이 많아요. 


이렇게 좋다는데 안 하실 거예요? 


이거 다단계 아니에요. 


여러분이 글 쓴다고 저한테 뭐 떨어지는 거 없어요. 


아니 진짜래도 그러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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